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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IN&OUT]' TV동화 행복한 세상 ' 소박한 감동

입력 | 2001-08-22 10:11:00


TV는 시끄럽다.

늘 현란한 색깔과 요란스런 목소리, 눈이 휙휙 돌아가는 스피드로 우리를 즐겁게도, 괴롭게도 한다. 하긴 이젠 웬만한 요란뻑적지근함엔 면역이 되서 아무리 오버를 해도 심드렁하다. “거 참…되게도 떠들어 대네…” 한마디 하곤 채널을 이리저리 옮겨버린다.

하긴 시끄러운 게 어디 TV 뿐이랴. 당장 집 밖에만 나가봐도 무슨 성질나는 일이 그렇게나 많은지 빵빵거리는 자동차 클랙션 소리, “무조건 우리 집에 들어와!”라는 듯 가게마다 틀어대는 댄스가요 소리, 바쁜 현대인의 필수품 핸드폰 울려대는 소리에 잠시도 ‘조용하고 그윽한’ 시간을 갖기가 힘들다. 이젠 너무 조용해도 조금은 겁이 나는데. 이거 ‘시끌벅적 중독증’아닌가?

그런데 얼마 전 왁자지껄한 TV프로그램들 속에서 조용한 휴식처를 찾았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처음엔 “뭐 저런 썰렁한 프로그램이 있어? 다 늦게 웬 공익 방송이야?”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은 교훈적인데다가(TV와 교훈이라니 너무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꽤나 밋밋하고 심심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동화 속 그림은 파스텔 톤으로 은은하다. 그 그림들은 무슨 배짱인지 참 천천히도 움직인다. (요즘의 스펙타클한 애니메이션을 생각하면 절대 적응 못한다) 이금희 아나운서의 나레이션은 차분하고 고상하다(완전 슬로우…자극적인 멘트는 전혀 없다). 책으로 읽었다면 “우~ 뻔한 스토리…감동을 강요하는 얘긴 질색이야!”하고 생각했을 이야기들인데 TV동화로 보면 웬지 마음이 푸근해진다. (아마도 시청각의 효과일 듯…)

TV 프로그램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TV동화 행복한 세상’은 미달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엔 순간순간 재치있게 날려주는 애드립도, 감정을 극으로 치닫게 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설정도, 얼굴만 봐도 “꺅!” 할 도도한 스타님도 없다. 담담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만날 수 있는 얘기들이다. 평생을 살아봐야 한번 만날까 말까 한 완벽한 남자와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사는 여자가 나오는 드라마 속 이야기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조금 싱겁지만 여운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재미없는 방송엔 냉정하게 채널을 돌려버리고, 황당한 스토리에 흥분하는 자극적인 시청자지만‘TV동화 행복한 세상’이 좋다.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뻔하지만 콩알만큼 남아있는 감성을 건드려주는 프로그램. ‘TV동화’를 보면서 난 “나, 아직 감동받을 수 있어…”하고 다행스러워 한다.

동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서 매일 소박한 동화까지 들려주는 오지랍도 넓은 TV. 어쩌면 TV는‘바보상자’라는 별명을 좀 억울해 할지도 모르겠다.

조수영 sudatv@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