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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칼럼]"문수구장 개점 휴업!"

입력 | 2001-08-23 15:29:00


"울산 문수구장 드디어 개점 휴업 선언! 우려했던 일들이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00억원의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은 울산 문수구장이 개점휴업상태에 진입한다.

지난 4월 28일 국내 10개의 월드컵 구장 중 가장 먼저 오픈하면서 국민적인 기대를 모았던 문수구장은 개장초의 깨끗한 잔디가 누더기가 되면서 국내 축구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을 내렸다.

울산시와 문수월드컵 경기장 시설관리공단이 합작으로 이뤄낸 이번 발표의 배경은 잔디 훼손.

시설관리공단은 '내년 월드컵까지 잔디 보호를 위해 더 이상의 프로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울산 현대 축구단에 통보를 했다.

과연 문수구장의 잔디는 얼마만큼 훼손됐을까?

구장에 직접 찾아가본 팬들은 눈치챘겠지만 하프라인과 골 포스트 근방, 선수 대기선 주변 등 구장 전체가 누더기를 걸친 듯한 분위기다.

하프라인 부근은 새 잔디가 파종됐고 여기저기 짜집기를 한 흔적들이 즐비해 나름대로 시설관리공단에서 애쓰고 있는 모습은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문수구장이 오픈한 이후 펼친 경기는 총 10경기.

컨페더레이션스컵 3경기와 토토컵 국제여자축구대회 2경기, 그리고 K리그 4경기만이 문수구장에서 벌어졌다.

단 10경기를 펼치면서 구장은 누더기가 됐고 구장 사정을 이유로 향후 구장사용이 잠정적으로 금지됐다.

월드컵을 훌륭하게 멋진 상태에서 치르기 위함이 울산시와 시설관리공단의 주장이다.

세상에 2000억이나 쏟아부어 만든 축구장에서 1년에 단 10경기만을 치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걸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월드컵이 끝난 이후 문수구장은 1년에 단 10경기만 치루거나 아니면 완전히 누더기가 된 상태로 축구팬들을 맞이해야만 한다.

아까워서 쓰지 못한다면 무엇하러 만들었는가?

이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잔디가 고사하는 경기장의 구조적인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되어야만 하고 4계절 푸르름을 자랑하는 양잔디의 효율적인 관리 방법을 찾아내야 만 한다.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는 축구팬들은 결코 문수구장을 1년에 10번만 찾아가길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누더기 구장에서 고생하는 선수들을 보고 싶지도 않다.

울산시나 시설관리공단을 비롯해 월드컵을 향해 매진하는 모든 관계자들은 명심해야한다.

현재 완성된 또는 완공될 월드컵 구장은 결코 관상용 구장이 아니다.

축구선수들과 팬들이 하나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한국 축구발전의 젖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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