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武士)’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중 일 3국 스태프의 공동 작업, 한국과 중국 인기스타들을 모은 호화 캐스팅, 중국 현지 올 로케이션,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70억원) 투입….
개봉 전부터 화제를 뿌렸던 영화 ‘무사’를 즐기기 위한 관람포인트는 한 가지다. ‘액션의 눈높이는 올리고 멜로에 대한 기대치는 낮추라’는 것. 할리우드 영화 뺨치는 스펙터클과 화려한 액션은 넘치지만 장쯔이라는 세계적인 여배우를 활용한 멜로적 요소는 별로 없다는 말이다.
☞ 예고편 / 시사회&인터뷰 보기
▼ 관련기사
- [인터뷰]'무사'의 최정 장군역 주진모
‘무사’는 원나라와 명나라가 교체되는 전환기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간첩으로 몰려 귀양길에 오른 고려 무사 9명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어린 나이에 장군이 된 최정(주진모), 노비 출신으로 창술의 달인인 여솔(정우성), 활의 명수인 진립(안성기) 등 9명의 무사는 고려로 돌아가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도중에 이들은 원나라 군에 납치돼 끌려가는 명나라의 부용공주(장쯔이)를 구한다. 공주는 자신을 난징까지 호위해주면 고려로 돌아갈 배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나, 선수를 친 원나라 군의 공격으로 배도 얻지 못하고 토성에 고립된다. 원나라 군은 공주를 내놓으면 이들을 살려주겠다고 하지만, 무사들은 명예로운 죽음을 위해 토성에서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무사’는 사실적인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다. 무협 액션의 열혈 팬이라면 붉은 사막에서, 계곡에서, 토성에서 쉴새 없이 공간을 바꿔가며 펼쳐지는 수많은 전투 장면에 열광할 만하다. 양 손목이 댕강 댕강 잘려나가고, 화살이 목을 뚫고, 단칼에 베어진 머리가 날아가는 등 볼거리들이 넘친다.
전투 장면은 핏방울, 땀방울의 입자까지 생생하게 담아낼 만큼 뛰어나다. 기존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스펙터클은 높게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영화 한 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9명의 무사에다가, 아리따운 공주, 비록 적이지만 고려 무사 여솔의 실력을 알아보고 그를 아끼는 원나라 장수 람불화(위룽광)까지. 여기에 유교세력(역관)와 불교세력(스님)의 갈등과 대립, 최정과 여솔의 계급 갈등도 끼어 든다.
인물이 많다보니 관객은 어느 한 명에게 몰입하기 힘들고, 갈등은 채 무르익기도 전에 끝나버린다. 수많은 인물들의 관계와 상황을 전개시키고 수습하기엔 2시간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도 너무 짧다.
남의 나라 공주인 부용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고려 무사들의 행동도 설득력이 부족하고 주요 인물인 최정 장군의 캐릭터도 일관성 없다.
장쯔이의 극중 역할도 마찬가지다. 영화 ‘와호장룡’에서 장쯔이가 보여준 무협액션이나 ‘집으로 가는 길’에서 순수한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는 팬이라면, 그의 역할과 비중에 실망할 지 모른다.
‘해외시장을 겨냥한 아시아의 본격적인 첫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는 누구도 그 의미를 과소평가하지 않겠지만,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평론가들로부터 엇갈린 평을 받을 듯하다. 시원한 액션보다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긴 러닝타임, 짧은 감동’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는 영화다. 9월 7일 개봉. 15세 이상.
sjkang@donga.com
▼김성수 감독 "평범한 영웅이야기 담고 싶었다"▼
영화 ‘무사’를 만드는 것은 김성수 감독(40)에게 ‘평생의 꿈’이었다. ‘태양은 없다’ 등 남성 위주의 액션 영화로 독특한 스타일을 인정받아온 김 감독은 “실제 무사가 아니라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무사의 정신을 발휘하는 평범한 영웅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사’는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김 감독의 ‘욕심’과 ‘애정’이 곳곳에 묻어난다. 중국에서 촬영한 분량만도 4000컷. 애초 그가 만든 ‘무사’는 4시간 짜리였다. 현실적인 이유로 1시간 반이나 들어내야 했던 만큼, 영화 완성도에 대해 여러 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최종판인 2시간반 짜리 영화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무사’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와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번치’를 섞어놓은 듯하다는 평에 대해 그는 “평소 가장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무사’는 그들에게 바치는 오마주(경의의 표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