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당황스러운 것이, 중세 시대인데 난데없이 그룹 ‘퀸’의 히트곡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가 흘러나온다. 그것도 영화 속 시대보다 500여 년 후에 나온 이 노래를, 군중들은 박수로 박자까지 맞춰가며 흥을 돋운다.
한 천민 출신 젊은이가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기사 윌리엄’은 이렇게 스스로 정한 시대의 한계를 걷어차며 시작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14세기 유럽, 한 가난한 지붕 수리공 윌리엄은 동료들과 함께 귀족 기사의 수발을 들면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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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기사가 갑자기 죽자 신분을 속이고 귀족의 자제들만 참가할 수 있는 마창대회(말을 탄 채 창으로 상대를 먼저 쓰러뜨리는 경기)에 나가 돈을 벌기로 한다.
귀족 행세를 시작한 윌리엄은 첫 시합부터 상대를 쓰러뜨리고, 한 눈에 반한 귀족의 딸 조슬린을 위해 세계 챔피언이 되기로 결심한다. 조슬린을 놓고 경쟁하는 연적이자 호적수인 에드 헤머가 훼방을 놓지만 결국 뜻을 이룬다.
단순한 이야기에 결말이 뻔한 이 영화가 생각보다 재미가 쏠쏠한 것은, 시종일관 시대적 배경인 중세를 뒤집고 비트는 풍자와 해학 덕분이다. 그것도 무겁지 않고 가볍게 비틀어 가끔은 패러디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자기가 모시는 기사를 군중에게 소개할 때 윌리엄의 하인은 당시 쓰였을 법한 현학적 수사 대신 “강간 직전의 아가씨를 구출한 ‘처녀성의 수호자’”라며 군중을 열광시킨다. 장면의 대부분인 마창대회 경기장도 기사도 정신의 도량이기보다는 프로 스포츠 경기장으로 둔갑한다. 기사를 소개하는 하인들은 미국 프로레슬링 대회인 WWF의 장내 아나운서처럼 호들갑을 떤다.
영화가 스포츠 영웅의 탄생기로 치달으면서 이런 비틀기도 약간은 억지가 된다. 막판에 신분이 탄로나 참형 직전에 놓인 윌리엄을 영국 왕자가 윌리엄 경으로 봉하며 별 설명 없이 사면한다. “잘 싸우면 최고”라는 ‘스포츠 정신’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윌리엄 역의 헤쓰 레저(22)는 차기 작품이 기대될 정도로 영웅 스포츠맨 역을 잘 소화해냈다. 조슬린 역의 셰넌 소새이먼(22)은 매혹적인 흑발과 이국적 마스크가 인상적이다. ‘LA 컨피덴셜’로 1998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브라이언 헬지랜드가 각본 감독 프로듀서를 맡았다. 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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