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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을 말한다/김수길]오페라 '안중근' 재미있는 역사물 추구

입력 | 2001-08-23 18:40:00


‘음악은 영혼을 울리는 또 하나의 생명’이라고 했다.

나는 오페라 ‘안중근’을 통해 그 생명을 다시 만나려 했다. 류진구가 작곡한 이 작품은 95년 초연된 뒤 33회에 걸쳐 공연되어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대개의 예술 작품은 사랑을 주제로 한 갈등과 고뇌, 그리고 극적 반전이 주종을 이룬다. 오페라 ‘안중근’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역사물이 빠지기 쉬운 ‘엄숙주의’의 함정을 피하는 동시에 ‘역사물은 재미없다’는 일반인의 고정 관념을 깼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나는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연대기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안의사의 애국적 행동을 다루면서도 그의 개인적 고뇌까지 섬세하게 묘사하려고 애썼다. 연출가 장수동은 이런 취지에 맞춰 사실적인 무대장치와 빠른 장면 전환 등으로 현실감을 최대한 높였다.

맛을 돋우고 영양분을 섭취한다는 뜻에서 보면 예술도 음식이다.

남과 북 간에 함께 나눌 음식이 있었던가?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 대접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먹는 입모양을 바꿀 수는 없다. 함께 먹을 수 있는 그릇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념 갈등이 없는 해방 이전의 주제를 선택해서 그 벽을 넘나들었어야 했다. 그래서 안중근을 내세웠다.

북에서도 최고로 추앙하는 인물이 안중근이다. 어차피 그들의 역사에 상해 임시정부는 없다.

한일간의 관계에서도 안중근은 꼭 필요하다. 극소수의 일본 극우인사들이 상황에 따라 한마디씩 내뱉은 망언이나 술수에 언제까지 온 나라가 펄펄뛰고만 있을 것인가?

우선 정신적으로 그들을 압도하고 돌려 세워야 한다. 오페라 4막의 뤼순 감옥에서 안의사가 일본 옥장과 간수들을 울렸듯이….

민족의 영웅 안중근 역을 맡은 테너 박치원과 류재광(더블 캐스팅)의 열창을 자신한다.

#25∼29일 오후 7시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만∼7만원

#02-425-3070

고려오페라 총감독 김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