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이나 북향이라도 소형아파트라면 무조건 사겠다고 난리입니다.”
“최초 시공사가 부도나면서 미분양된 소형아파트를 재분양했습니다. 이미지가 나빠 걱정했는데 한 달 만에 아파트가 모두 팔리더군요.”
최근 만난 주택업계 관계자들이 털어놓는 즐거운 비명이다.
인기를 반영하듯 다음 달 초 청약접수할 서울시 8차 동시분양 때 선보이는 한 아파트의경우20평형대의평당분양가(609만원)가 30평형대(564)보다비싸게책정됐다.
소형아파트의 인기가 급등하면서 소형 오피스텔과 다가구 다세대주택도 대체 상품으로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소형주택에 대한 인기가 치솟으면서 등장한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풍속도이다.
소형주택에 대한 인기는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공급감소에 따른 수급불안이 주원인이다.
98년 이후 서민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대형보다는 소형주택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이들 지역 거주자의 소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반면 소형주택의 공급물량은 97년 25만8900가구에서 98년 13만9700가구, 99년 13만9600가구, 2000년 13만1900가구로 각각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빠진 주택업체들이 사업을 대거 포기한 데서 비롯됐다.
여기에 정부가 아파트 단지의 20∼30%를 소형으로 짓도록 의무화한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98년 6월 완전폐지한 것도 치명타가 됐다. 98년까지도 1년 동안 공급되는 전체 주택 중 소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대에 머물렀다. 그런데 99년과 2000년에는 각각 10% 포인트 이상 줄어든 30%대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소형주택의 인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앞으로 길게 보면 1년 정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건설기간은 평균 2년에서 2년 반 정도. 지난해까지 줄어든 공급물량의 영향이 내년까지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
그렇지만 마구잡이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의 규모는 20평형대 소형보다는 30평형대 중형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수요의 중심이 소형에서 중형으로 옮아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정부가 9월부터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부활시키려는 것도 소형주택의 투자매력을 반감시킨다.
소형주택의 인기가 오르면서 소형 주택의 공급물량(사업승인 기준)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외환 위기 이전 수준으로 이미 회복된 상태다. 따라서 정부 방침대로 소형주택 의무비율이 부활되면 2년 뒤부터는 소형주택의 공급 과잉은 불가피하다.
특히 환금성이 떨어지는 소형 오피스텔과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 우후죽순처럼 지어지는 소형 다가구 다세대주택에 대해선 투자에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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