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측이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을 공식 거부한 가운데 ‘주범’인 미8군 용산기지 영안실 부소장 앨버트 맥팔랜드(56)를 소장으로 승진시킨 사실이 23일 밝혀졌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에 대한 비난여론과 함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주한미군측이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을 공식 거부한 가운데 ‘주범’인 미8군 용산기지 영안실 부소장 앨버트 맥팔랜드(56)를 소장으로 승진시킨 사실이 23일 밝혀졌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에 대한 비난여론과 함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맥팔랜드씨의 소장 승진〓주한미군 관계자는 23일 “맥팔랜드씨의 현재 직책은 주한미군 34지원단 영안실 소장”이라며 “전임 소장이 본국 근무를 자원해 미국으로 떠난 뒤 6월 맥팔랜드씨가 후임자로 임명됐다”고 말했다. 이는 맥팔랜드씨가 4월 정식재판에 회부된 뒤 영문 공소장 작성이 진행 중이던 시기에 이뤄진 것.
이 관계자는 “미군의 징계처분과 고용은 서로 다른 체계하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징계가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며 “맥팔랜드씨가 이번 사건으로 30일분 전액감봉 처분을 받고도 승진한 것은 미군 내에서 개인의 신분보장이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당초 사건을 폭로했던 녹색연합측은 “환경범죄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인물에게 가벼운 징계처분만 내리고 오히려 승진까지 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주한미군이 맥팔랜드씨를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은 주둔국의 법질서를 무력하게 만드는 오만한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재야 법조인 역시 “주한미군이 재판관할권을 가져간다고 해서 맥팔랜드씨를 미군 법정에 세우거나 정식으로 형사처벌하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책임자를 승진시킨 것은 이 사건에 대한 미군측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사법권 침해 소지〓법조계에서는 주한미군측이 엇갈리는 SOFA규정 일부를 근거로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사법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국내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해 이런 식으로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재판관할권 문제도 법정에서 다툰 뒤 법원의 판단을 따라야지 무조건 재판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15단독 오재성(吳在晟) 판사는 “SOFA규정과 이 규정 합의의사록에 규정된 내용이 달라 이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며 “그러나 합의의사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국내 법원의 재판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SOFA규정 제22조에는 공무집행 중의 미군 범죄에 대해 제1차 재판권을 주한미군이 갖도록 돼 있지만 이 규정 합의의사록에는 ‘평화시에는 미군이 형사재판권을 갖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시민단체 반응〓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맥팔랜드씨를 공개수배하고 미국 환경단체 등과 함께 공동 규탄활동을 전개할 것이며 환경범죄에 대한 사법당국의 문제점도 분석, 제기하겠다”며 “불평등한 SOFA협정 재개정운동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범죄 근절운동본부’와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운동’ 등도 이날 논평을 통해 “미군의 오만함과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이런 사태를 낳았다”고 비난했다.
lightee@donga.com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 처리일지▼
2000.07.13 녹색연합, 사건 폭로
2000.07.20 녹색연합, 맥팔랜드 형사고발
2001.03.23 검찰, 맥팔랜드 벌금형 약식기소
2001.04.04 법원, 맥팔랜드 정식재판 회부
2001.07.13 법원, 우체국을 통한 공소장 전달 실패
2001.08.22 주한미군, 공소장 수령 공식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