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드니올림픽과 올해 오사카세계탁구선수권 등 굵직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탁구 신동’ 유승민(19). 그러나 국내에서는 유승민의 경기 모습을 벌써 6개월 이상 보지 못하고 있다. 유승민은 대한탁구협회에 공식적으로 선수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2월 동남고를 졸업한 유승민은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한 ‘무적 선수’다. 99년 탁구협회의 ‘신생팀 창단 규정’에 의거, 유승민의 지명권을 가진 제주 삼다수와 고교 시절부터 그를 꾸준히 지원해온 삼성생명, 그리고 협회의 행정이 얽힌 실타래에 유승민이 묶여 있는 셈.‘유승민 파동’은 곧 법정으로까지 갈 전망이다.
유승민은 협회 규정에 따른 삼다수 입단 대신 삼성생명 입단을 희망했다. 삼다수의 반발은 당연한 일. 이에 탁구협회는 중재위원회를 열어 “삼다수가 5억원을 유승민에게 지급하고 입단시키라”는 최종 중재안을 13일 발표했다. 5억원 정도면 유승민의 ‘몸 값’으로 적정하다는 것이 탁구협회의 의견. 5억원이라는 금액에서 유승민에게 재정적 지원을 해왔을 삼성생명에 대한 ‘보상금’의 규모를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중재안을 삼다수가 거부하고 나섰다. 삼다수측은 24일 “당연히 지명권이 있는데도 거액을 지급하라는 탁구협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회를 상대로 한 손해 배상 청구를 포함한 소송을 다음주 중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변호인단까지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싸움’이 커질 경우 희생되는 것은 결국 선수라는 점. 현재 규정대로라면 다음달 열리는 코리아오픈에 유승민이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선수는 경기장에서 뛸 때 비로소 빛이 난다. 이런 식이라면 ‘탁구 신동’은 자칫 ‘박제가 된 천재’로 끝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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