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황씨
“조선왕조실록이 어렵다고요? 천만에요. 조선왕조실록은 그저 옛날 이야기에요.”
조선왕조 태조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에 걸친 장구한 세월의 역사를 집대성해 놓은 조선왕조실록. 역사학자들에게 필수적인 이 방대한 자료를 ‘그저 옛날 이야기’라고 말하는 이 사람은 누굴까?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20년 가까이 언론계에 몸담았던 이재황씨(43·사진). 개인적 관심에서 조선왕조실록을 탐독해오다 최근 조선 1∼3대왕의 행적을 기록한 ‘태조·정종본기’와 ‘태종본기 1’(청간미디어)을 출간했다.
“대학때 전공에서 관심이 시작됐죠. 원전을 읽으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니 훨씬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존의 번역본은 분량만도 400권이 넘습니다. 일반인들은 어디 읽어 볼 엄두가 나겠어요?”
그는 언론인 출신으로서의 감각을 살려 가능한 한 쉬운 표현을 택했고 복잡한 설명은 표로 재구성했다. 분량을 줄이기 위해 내용을 시대와 주제별로 나눴다.
이씨에 따르면 현재 조선시대와 관련해 출간되는 기존의 역사교양서들은 대부분 조선왕조실록의 부분들을 짜깁기 하거나 풀어 쓴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조선왕조실록의 역사적 사료로서의 잠재적 가치는 무한하다는 것.
“2차적 자료보다는 1차적 자료에서 우리는 심층적인 사실들을 접할 수 있어요. 조선왕조실록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재편집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까닭이죠.”
문득 이 책이 얼마나 상업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는 그는 “돈을 벌려고 했었다면 이 작업은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 모르지만 끝까지 노력해서 한 질의 새로운 실록을 재탄생 시켜야죠.”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