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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월드]82년 여아 성폭행-사망 혐의 美50대 무죄판결

입력 | 2001-08-26 18:41:00


어린이를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는 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17년간 옥살이를 해온 미국 남성이 과학의 발전 덕분에 무죄로 풀려났다.

미국 아이다호주 지방법원은 1982년 9세 여자 어린이를 유괴해 성폭행한 뒤 물에 빠뜨려 죽게했다는 죄로 84년 사형을 선고받은 찰스 페인(52)에 대해 새로운 유전자(DNA) 감식 결과를 토대로 23일 무죄를 선고했다고 외신들이 24일 전했다.

법원은 희생자의 양말과 속옷에서 나온 머리카락의 유전자를 새로운 감식방법에 따라 조사한 결과 페인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석방하게 됐다고 밝혔다.

페인씨가 사형선고를 받을 당시엔 유전자 감식법이 개발되지 않아 단순히 현미경을 이용한 관찰을 토대로 문제의 머리카락이 페인씨의 것과 유사하다는 검찰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후 유전자 감식방법이 개발됐으나 이는 머리카락엔 없는 핵을 대상으로 감식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머리카락의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유전자를 감식하는 방법이 개발돼 페인씨의 무죄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페인씨는 사형을 선고받은 뒤에도 계속 무죄를 주장하는 바람에 새로운 유전자 감식법에 따른 조사와 재심이 받아들여졌다.

페인씨는 석방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법체계를 원망하는 일은 이미 오래 전에 포기했다”며 “그것(오판)은 내가 용서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앞으로 다섯걸음, 뒤로 다섯 걸음을 걸어보이며 “이것이 내가 17년 동안 감방에서 수천만번 반복했던 일”이라며 “이제 계속 걸어나가 아름다운 아이다호의 계곡들을 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한편 영국 BBC 방송은 최근 미국 법조계의 연구 결과 미국 법원의 1심 사형선고 중 7% 정도가 2, 3심에서 무죄로 밝혀졌으며 75%가 감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보도했다.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