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경색된 외교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한국과 중국 방문을 희망하고 있으나 이들 나라에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등 일본과 주변국가와의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25일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의 이웃들 고이즈미에 냉담’이라는 제목의 도쿄(東京)발 기사에서 도쿄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 외교관과 일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으로 일본과 주변 아시아 국가들간의 관계는 최근 수 년 동안 가장 악화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외교관과 외교분석가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역사 교과서 검정 개입 거부로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던 일본의 오랜 노력이 좌절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고이즈미 총리가 다음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아동특별회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한국측이 회담 전제조건을 제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외무성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제시한) 전제 조건이 ‘만족시키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개 외교관들은 어떻게 해서든 사태를 원상복구시킬 방안을 찾아내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본 내 정치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고이즈미 정권의 인기가 국내에서는 치솟고 있으나 주변 국가들과의 사이가 벌어짐으로써 외교정책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는 당초 예정했던 뉴욕행을 포기하고 동남아시아국가 순방으로 선회해 이들 지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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