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중앙청 건물을 허는 바람에 짓게 된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신축을 둘러싼 비판과 문제점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방수 설계 잘못으로 전기 박스에 물이 차고, 콘크리트 벽이 하얗게 변하는 백화(白化)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다. 박물관 건립당국도 이를 인정하면서 “누수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주어서라도 시공사에 바로잡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 박물관은 신축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터가 늪지나 다름없으므로 거기에 지어서는 안 된다”는 반론에 부닥쳤었다. 일부 문화재전문가들은 ‘땅이 무른 곳이라서 수천개의 철제 파일을 박고 짓고 있으나, 그곳의 습기가 장차 미술품을 비롯한 문화재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 왔다. 그런데 이번처럼 건물의 누수 문제까지 나타난다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영삼(金泳三)정부가 조선총독부 건물(중앙청)을 철거하기로 하고 98년 8월을 기해 그 첨탑을 잘라낸다고 발표하면서 신축이 불가피해진 국립박물관 문제는 처음부터 졸속으로 진행되어 왔다. ‘민족정기 회복’을 내건 문민정부의 ‘전시정책’에 맞추다 보니 외국의 경우 2, 3년 걸리는 국립박물관 건립계획은 불과 10개월 만에, 보통 5, 6년 걸린다는 전시(展示)설계는 2년 만에 마쳤다.
2003년 12월 개관할 예정이라지만 전문가들은 6년 만에 건축을 마치고 1년 동안 전시준비를 다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해 왔다. 99년 준공된 도쿄의 국립박물관 신축건물이 구상에서 준공까지 10년이 걸린 데 비추어 보더라도 졸속 공사라는 것이다. 첫 단추 끼우는 것부터 서두르다보니 설계 변경이 끊이지 않아 공정도 늦어지고 당초 예상했던 사업비보다 2000억원 이상 더 들어갈 것이라는 보도다.
게다가 바로 옆에 있는 미군 헬리콥터 이착륙장 이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헬기가 뜨고 내릴 때 나는 소음, 그 진동이 전시품에 미칠 영향, 나아가 한국 최대 박물관의 품위 때문에라도 헬기장은 옮겨야 마땅하다고 한다. 하지만 미군측은 ‘기지로부터 3분 내 거리의 대토(代土) 1만4000평을 달라’고 요구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도 전시실이 늘어나는 만큼 학예 전문직 요원도 현재보다 갑절 이상으로 충원해야 하지만 아직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 민족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내외에 과시할 보고(寶庫)인 새 국립박물관을 제대로 짓고 후손에 물려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