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증권]'유리알 펀드' 고객은 즐겁다

입력 | 2001-08-26 18:48:00


최근 한 투신운용사가 경쟁 운용사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펀드의 운용내용을 펀드평가사에 알려주자’는 제안이었다. 수익률과 기준가변동의 항목만으로는 펀드와 운용사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펀드평가사는 이 자료를 평가에만 활용하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내용 공개를 꺼리는 다른 운용사들이 반대해 객관적인 펀드평가는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9월부터는 투신운용사의 간접투자상품(펀드)의 운용내용이 ‘유리알처럼’ 일반에 공개돼 펀드의 투명성이 향상되고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펀드선택도 한결 쉬워진다.

▽펀드순위 ‘지각변동’ 가능〓운용내용 공개는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누구나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느 채권형펀드가 투기등급(신용등급 BB+이하)채권을 많이 편입했는지, 어느 펀드가 선물투자비중이 높은지를 소상하게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수익률 기준으로 펀드 순위를 매기는 평가방법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과거와 현재의 펀드운용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펀드를 통해 계열사를 지원하는지, 펀드매니저의 운용전략은 어떠한지를 손금 보듯 판독할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사장은 “펀드의 수익률은 평가를 제대로 하는데 필요한 자료의 30%에 불과했다”며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펀드평가가 가능해졌고 선진국의 평가기법도 적용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객의 펀드선택 유리해져〓현재 간접투자상품 투자자들은 운용을 시작한 펀드의 기준가격을 보고 가입여부를 판단한다. 기준가격은 펀드 설정일을 1000원으로 정한 뒤 이후 변동치를 가감하는 것이다.

펀드내용이 공개되면 투자자들이 편입된 채권과 주식종목을 놓고 당시 기준가격이 적당한가를 판별할 수 있다. 즉 저등급채권이 많이 편입돼 기준가격이 높아진 채권형펀드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제로인 최상길이사는 “투신운용사들이 공표하는 펀드의 기준가격과 펀드에 들어있는 채권과 주식의 가치를 토대로 산정한 순자산가치를 비교할 수 있고 그 차이가 크게 나는 펀드도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본격 서비스에는 시간걸려〓투신협회는 9월 10일부터 펀드정보를 펀드평가사에 제공한다. 평가사는 이 정보를 독자적으로 가공한 뒤 공개한다. 평가업계는 “준비작업이 필요해 본격적으로 서비스하는데는 1∼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사 입장에서는 펀드정보 제공이 수익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돈을 내고 펀드정보를 사 볼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이나 은행 등이 자기 상품에 한해 정보를 구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고객이 1명인 ‘단독펀드’의 경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투신협회측은 “단독펀드의 경우 해당 고객이 비공개를 원하는데 억지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투신운용사들이 단독펀드를 더 우대하는 관행을 없애려면 똑같이 공개해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