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넘어갔다'
낯익은 이름. 메이저리그 홈런 신기록으로 팬들이 들썩일 때마다 그의 이름은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98년의 주연은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고 올 시즌 주연은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하지만 주연은 달라졌어도 조연은 달라지지 않았다. 시카고 컵스의 간판타자 새미 소사(33). 통산홈런 437개를 날릴 정도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슬러거지만 팬들에겐 ‘만년 2인자’로 알려져 있다.
98년엔 로저 매리스의 단일 시즌 홈런기록(61개)을 깨는 66홈런을 날렸지만 70홈런을 터뜨린 맥과이어의 그늘에 가렸다. 올해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은 전반기 홈런신기록(39개)을 세운 본즈가 과연 몇 개의 홈런을 날릴 것인가에만 쏠렸다.
하지만 더 이상 ‘들러리’로 나서는 일은 그만 두기로 작심한 것일까. 시즌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소사의 홈런포가 무섭게 터지고 있다. 8월 들어 날린 홈런이 벌써 16개. 27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선 1회와 5회 두 발의 아치를 그리면서 시즌 50호와 51호를 한꺼번에 기록했다.
98년(66개) 99년(63개) 2000년(50개)에 이어 4년 연속 50홈런의 대기록. 메이저리그 사상 4년 연속 50홈런을 날린 타자는 맥과이어(96∼99년)뿐.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전 뉴욕 양키스)도 한 시즌 50홈런 이상을 네 차례(20∼21년, 27∼28년) 기록했지만 4년 연속은 아니었다.
최근 10경기에서 8홈런을 몰아친 소사는 홈런 선두 본즈(55개)와의 간격도 4개로 좁혔다. 컵스의 돈 베일러 감독은 그를 ‘후반기의 사나이’로 부르며 본즈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실제로 소사는 후반기 페이스가 훨씬 좋다. 전반기 84경기에서 29홈런(2.89경기당 1개)을 때려냈으나 후반기엔 44경기에서 22개(2경기당 1개)를 몰아쳤다. 반면 전반기 81경기에서 39홈런(2.07경기당 1개)을 날린 본즈는 후반기 40경기에서 16개(2.5경기당 1개)로 다소 무뎌졌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루이스 곤살레스(48홈런)가 ‘복병’이지만 내셔널리그 홈런왕은 소사와 본즈의 싸움으로 좁혀질 전망.
도미니카에서 ‘구두닦이’를 하며 어렵게 자란 소사는 이날 4년 연속 50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한 뒤 “행복하다. 도미니카를 떠나오면서 메이저리그로 갈 기회를 잘 잡아 이제 맥과이어나 루스와 같은 수준의 선수가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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