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햇살이 극성을 부리던 날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직장인 K씨(24)는 우연히 옆에 선 두 주부와 유치원생 딸들과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 엄마,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네. 지금이라도 에어컨 한 대 장만할까봐. 그런데 어디서 사야 하지?”
그러자 ‘그것도 모르느냐’는 투로 아이들이 입을 모았다.
“하이마트!”
길을 건너 광화문 지하철역 입구에 다다른 아이들. 세종로 한가운데에 우뚝 선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엄마, 저 사람 메가패스 장군 맞지?”
“와! 메가패스 장군이다!”
걱정스러운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두 주부.
“아이들한테 광고가 영향을 많이 미치네요.”
“진짜 이름도 모르고 그러는 것이니 더 걱정이죠.”
주부들의 대화에 공감하며 지하철역 입구에 들어서려던 K씨. ‘듣지 말았어야 할’ 두 주부의 대화를 듣고야 말았다.
“세종대왕도 모르다니….”
“그러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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