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된 요즘 대학 캠퍼스에는 일부 학생들의 ‘중활’(中活·중소기업 체험활동) 체험이 화제다.
2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소재 전자상거래 지원업체인 소프트아이(대표·정의신 ·丁義信·29) 사무실에 마련된 부스. 건국대 경영학과 3년 임철호씨(25)는 하루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있었다. 전국 60여곳 지방자치단체와 각 업체 등에 새로 나온 프로그램 홍보를 하고 있었다.
임씨는 중소기업청이 올해부터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대학생들을 연계해 마련한 중활에 참여했다. 같은 사무실 내 웹 사업부에서 일한 광운대 수학과 4년 강병진씨(26)도 같은 경우. 이들은 방학동안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후에는 영어학원에 갔다가 밤 11시가 넘어 귀가하는 생활을 했다.
두 학생 모두 방학을 고스란히 ‘반납’한 셈이지만 월급으로 받은 100여만원 외에 폭넓은 세상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중소기업 하면 부실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일해보니 중소기업 사장과 종업원들이야말로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디딤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무조건 대기업만 제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렸다”고 말했다.
임씨는 “작년 여름에는 학원강사 아르바이트로 훨씬 많은 돈을 벌었으나 이번의 경우가 전반적으로는 얻은 것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졸업후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두사람은 이번에 학교에서는 배울수 없었던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올 여름 중활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3, 4학년생 외에도 신입생들의 참여도 높았다.
인터넷 교육솔루션 업체 이젠시(IZENSI·서울 마포구 서교동)에는 건국대 1학년생 3명이 중활에 참여했다. 장상일군(20·경영학부 1년)은 “벤처기업 사장님은 젊은 분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40대 사장님이 신세대 못지 않은 감각으로 경영을 하고 있어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며 “사장님의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리더십을 보면서 책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살아있는 경영학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안유병(安裕秉·43)대표는 “일 잘하다 무작정 하루 휴가를 갔다 오겠다고 결근하는 아마추어적 마인드를 가진 학생들도 있었지만 열의나 참신함 등은 높이 살 만했다”며 “다음 방학때도 학생들을 채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해 기업체나 학생들의 불만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중소기업청에 신청자는 6400여명에 달했지만 정작 일을 했던 학생수는 절반에 불과한 3000여명 수준. 학생들과 업체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출근 첫날 그만 뒀다는 이모양(19·S대 1년)은 “컴퓨터 입력 작업을 시킨다고 해서 갔는데 영작문 포토샵 등 세부적인 작업을 요구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양이 취업했던 K벤처사측도 “우리쪽 역시 채용면접 직전까지 학생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청은 오는 겨울방학에는 신청자나 고용업체 등이 서로에 대한 사전정보를 좀 더 포괄적으로 얻을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중활을 확대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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