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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망우-미아-화양동 주민 "洞이름 바꿔줘요"

입력 | 2001-08-29 18:40:00


20년째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서 살고 있는 회사원 윤모씨(24·여)는 ‘망우동’ 하면 공동묘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며 속상해 한다.

“어렸을 땐 다른 동네 친구들이 ‘묘지에 산다’고 놀리는 바람에 부모님께 ‘이사가자’고 떼를 쓰기도 했어요.”

서울시내 일부 동의 이름이 묘지나 윤락가 등을 연상시킨다며 해당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역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등 불이익을 우려되기 때문.

중랑구청 관계자는 “망우동은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녹지공간이 풍부해 생활환경이 상당히 ‘업그레이드’됐다”며 “그런데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어 인접한 다른 동에 비해 부동산 시세가 다소 떨어진다”고 말했다.

광진구 화양동도 비슷한 상황. ‘화양리’ 윤락가는 관할 구청과 경찰서의 노력으로 99년에 사실상 자취를 감췄지만 여전히 ‘화양동〓화양리 윤락가’의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남아 있기 때문.

이외에 엉뚱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북구 미아동이다. 상당수 사람들이 성북구 월곡1동에 있는 속칭 ‘미아리 텍사스’ 윤락가가 미아동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강북구청은 “성북구 월곡1동의 윤락가인 미아리 텍사스를 강북구 미아동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 미아동 주민들이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서울시와 관련 기관 등에 발송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일부 언론 등에서 미아리 텍사스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는 날이면 지역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쳐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아예 오래된 동명(洞名)을 참신한 새 이름으로 바꾸기를 바라지만 서울시는 “동명 변경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동명이 바뀌려면 행정문서 등 관련 공문서에 표기된 동명 전체를 수정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비용이 상당해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것.

몇년 전 관악구청은 관내 신림동(본동, 1∼13동)과 봉천동(본동, 1∼11동)이 숫자로 나열돼 있어 개성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동명을 바꾸려 했지만 막대한 행정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혼란이 예상돼 계획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