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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노처녀의 독신 탈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입력 | 2001-08-30 18:22:00


브리짓 존스. 32세. 출판사 홍보 담당 직원. 섹스는 즐기지만 아직 제 짝을 못 만난 독신녀.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가끔씩 선을 본다. 와인 한 병쯤은 혼자서 거뜬히 비우는 주량에다가 골초다. 새해 첫날만 되면 다이어트에 대한 투지를 불사르곤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는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0대 초반 ‘노처녀’를 앞세운 영국의 로맨틱 코미디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 여성 관객들의 지지에 힘입어 영화도 미국과 영국에서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브리짓은 부모의 성화로 소개받은 무뚝뚝한 마크(콜린 퍼스)가 자신을 ‘줄담배를 피우는 알코올 중독자’라고 평하는 얘기를 엿듣고 충격을 받는다.

이후 새해를 맞아 삶을 바꾸기로 하고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의 목표는 살을 빼고, 술과 담배를 줄이고, 멋진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 멋진 남자는 바로 직장 상사 다니엘(휴 그랜트).

다니엘과 마크와 얽힌 몇 개의 에피소드 끝에 브리짓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좋다’는 진실한 남자를 택한다.

이 영화의 매력이자 장점은 주인공 브리짓을 실제 30대 초반 여성의 모습을 최대한 사실과 가깝게 그려냈다는 것. 우선 기존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여주인공과 달리 브리짓(르네 젤웨거)은 섹시하지도, 깜찍하지도, 예쁘지도 않다. 60㎏가 넘는 몸무게 때문에 10㎏만 몸무게를 빼는 게 소원일 정도다.

사소하지만 사실감 넘치는 에피소드는 여성들로부터 “그래, 내 이야기야”라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파티에 가기 전 브리짓이 옷맵시가 나도록 아랫배를 눌러주는 커다랗고 우스꽝스런 ‘아줌마 거들’과, 멋진 남자와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섹시한 작은 팬티를 놓고 고민하는 장면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공범자’같은 웃음을 흘릴 듯하다.

‘브리짓 존스’는 르네 젤웨거의 매력을 100% 살려낸 영화다. 젤웨거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그가 보여준 사랑스런 모습은 여전히 유효하다. 비록 눈가에 주름이 잡히고, 아랫배와 엉덩이, 허벅지에 포동포동 살이 찐 모습이라고 해도. (젤웨거는 이 영화를 위해 실제 10㎏ 쯤 체중을 늘렸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억센 사투리로 유명한 텍사스 주 출신이지만 젤웨거는 완벽한 영국식 액센트의 영어를 구사한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영국의 영화전문 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 조차도 이에 대해 트집을 잡지 않았을 정도.

유쾌하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드는 한 가지 의문. 32세가 될 때까지 변변한 애인조차 없어 고민하던 브리짓에게 왜 갑자기 멋진 두 남자가 푹 빠진 거지? 1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