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영씨가 아들 준혁이와과학놀이를 하고 있다
여섯 살 준현이는 엄마와 목욕하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항상 뭔가 새로운 구경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유리컵, 이쑤시개, 광고지 등을 챙겨 놀이를 한다. 손가락에 비누를 묻혀 거울에 그림을 그린다. 세면대에 더운 물을 틀어 채우면 거울에 김이 서리면서 그제서야 그림이 확연히 보인다.
유리컵에 물을 가득 채우고 광고지로 천천히 밀면서 덮는다. 손으로 종이를 누르면서 살살 뒤집어도 물이 쏟아지지 않는다. 이쑤시개는 뭉툭한 쪽에 샴푸를 발라 물 위에 놓으면 뾰족한 쪽이 앞으로 나아간다.
준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엄마는 마술사”라고 감탄하지만 “과학”이라고 말해주며 그런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는 지 생각해보도록 하는 게 우리의 과학놀이다.
조금만 생각하면 모든 학문은 ‘놀이’가 될 수 있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애초부터 이론을 가르치려 들지 않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겠다고 마음먹으면 과학놀이가 제격이다. 굳이 돈들여 도구를 사지 않아도 집안에 있는 잡동사니만으로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다.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어린 아이에게는 한 가지 주제를 정해놓고 그것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
예컨대 ‘표면장력’의 개념을 가르쳐주고 싶다면 앞서 말한 ‘유리컵의 마술’, ‘샴푸로 전진하는 이쑤시개’ 등 관련 실험을 계속한다. 바늘에 기름을 묻혀 물에 띄우거나, 소금쟁이를 관찰하는 것도 표면장력을 이해시키는 데 좋다.
실험이 끝난 뒤 아이에게 과학이론을 ‘설명’하려 들지 말자. 아이가 과학법칙을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지’ 아이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 훨씬 값지지 않을까.
모든 과학법칙은 현상을 관찰한 뒤 규칙성을 발견하고,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토대로 끊임없이 실험한 끝에 비로소 만들어진다. 그런 다음에도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면 기존의 법칙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기도 한다.
우리의 ‘꼬마 에디슨’들이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낼 지도 모르니, 제발 아이들에게 과학법칙을 주입하려 들지 말자.
학창시절 과학이 어렵다고 느꼈던 엄마라도 도움받을 책, 인터넷 사이트 등이 너무나도 많다.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과학마술’(아카데미서적), ‘옥스퍼드대학이 만든 과학실험 시리즈’(중앙 M&B), ‘집에서 하는 과학실험 시리즈’(다섯수레), ‘빌 아저씨의 과학교실’(비룡소) 등이 대표적인 책.
‘엑스포 과학소년단’(www.ezscience.co.kr), ‘사이언스올’(www.scienceall.com), ‘과학을 찾는 사람들’(www.ezlab.co.kr), ‘서울시 교육과학연구원’(www.sesri.re.kr), ‘매드 사이언스’(www.madscience.co.kr)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도 실험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밖에 방문 과학학습기관(A+ 과학나라, 눈높이 과학, 곽준영 과학실험연구소, TTT 실험교실 등)과 각종 문화센터의 분기별 과학강좌, 그리고 지역별로 열리는 과학교실(대치동 EZ랩 등) 등도 과학놀이를 도와준다.
추은영(서울 강남구 대치동·jun1224@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