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먹고산다.”
프로씨름 ‘한라급 강자’ 모제욱(26·사진)은 요즘 고향인 마산에서 굵은 땀을 쏟고 있다. 전 소속팀이었던 지한건설이 해체된 지 벌써 3개월. 모교인 경남대에서 후배 선수들과 샅바 싸움을 벌여가며 자칫 떨어질지도 모르는 체력과 기술을 담금질하고 있는 중이다.
소속팀 없이 혼자 훈련하고 있지만 의욕만은 넘친다. 한국씨름연맹은 9월 1일자로 모제욱 등 전 지한건설 소속의 선수들을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하기로 결정했다. 신생팀 창단이 늦어지자 기존 팀에서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
일곱차례나 한라봉 정상에 오른 모제욱은 현역 선수 중 김선창(신창·11회)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우승을 했다. 게다가 ‘변칙 씨름의 달인’이라는 별명답게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경기가 많아 ‘상품성’에서도 여느 백두급 선수에 뒤지지 않는다. 당연히 모제욱은 현대중공업, LG투자증권, 신창건설 등 3개팀이 눈독을 들이는 ‘영입 대상 1순위’다. 각 팀에서 제시하는 계약금, 연봉도 만만치 않은 액수가 될 것이다.
사실 모제욱에게 올해는 어느 때보다 견디기 힘든 시련의 연속이었다. 몸담았던 지한건설 씨름단의 해체로 벌써 네 번째로 팀을 잃어버렸다. 진안 올스타 장사대회에 불참했던 모제욱은 자유계약선수가 되면서 30일 열린 천안장사대회(9월 6∼10일) 대진 추첨에 미자격으로참가하지 못했다. 모제욱이 연속으로 대회에 나가지 못한 것은 96년 입단 후 이번이 처음. 지난달에는 신부전증으로 고생하시던 아버지 모희규씨가 세상을 떠났다. 경남지역에서 이름난 씨름인이었던 아버지는 모제욱이 씨름 인생을 펼쳐나가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들이 잘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가신 게 가장 가슴이 아픕니다. 이제 안정된 새 팀을 찾으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겠죠.”
모제욱은 요즘 각 팀 관계자들과의 접촉이 부쩍 잦아지면서 화려한 재기의 희망에 한껏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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