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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치매노인-소아암 꼬마의 우정 '쁘띠 마르땅'

입력 | 2001-08-30 18:29:00


치매 환자로 인생의 황혼길에 있는 노인과, 소아암에 걸린 10세 꼬마.

프랑스 영화 ‘쁘티 마르땅’은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우정과 사랑의 향기가 긴 여운으로 남는 작품이다.

베롱(미셀 세로)은 치매로 움직일 수도 없고 말도 할 수 없다. 겨우 눈만 깜빡거릴 수 있다. 노인 병동을 오가며 장난삼아 돈을 훔치는 꼬마 마르땅(조나단 드뮈르게)은 베롱을 발견한 뒤 “맛이 갔다”고 말한다. 마르땅은 꼼짝할 수 없는 베롱을 상대로 의사놀이를 하는 등 온갖 짓궂은 장난을 친다.

이 작품은 외모와 나이 등 닮은 점이 없는 두 사람이 차츰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렸다. 더 이상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야말로 이들을 묶어주는 튼튼한 끈이다. 이들의 교감에는 육체의 움직임과 언어를 상실한 베롱의 장애도 문제가 될 수 없다.

두 사람은 마르땅의 병세가 악화되고 미셀의 유일한 보호자였던 아내가 죽자 더 가까워진다.

이 작품의 스토리는 TV의 드라마 게임처럼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미셀 세로(73)의 노련한 연기는 진부한 이야기를 가슴뭉클한 감동의 작품으로 바꿔준다.

세로는 움직임과 대사없이 극중 독백과 눈빛 연기만으로 수많은 희노애락을 전해준다. 15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세로는 82년 ‘운명의 알리바이’ 등으로 ‘프랑스판’ 아카데미로 불리는 세자르상에서 3차례나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원제는 ‘Le Monde de Marty’. 15일 개봉. 모든 연령 관람가.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