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삽살개에 대해 환경부와 경북도경이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삽살개를 독도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경북도경은 일부 반출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 시점에서 삽살개를 직접 독도에 보낸 당사자로서 의견을 밝힐 필요를 느낀다.
삽살개를 독도에 보낸 첫 번째 이유는 일제에 의해 수난받은 민족의 개, 삽살개가 독도 지킴이가 되었다는 상징성에 있다. 일본을 향해 컹컹 짖으며 군국주의 망령의 발흥을 경계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2개월씩 바닷새만 보면서 근무하는 경비대원들에게 좋은 친구가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3년 동안 삽살개들은 강인한 체력으로 적응해 2마리가 12마리로 늘면서 경비대원들의 친구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숫자가 늘면서 바닷새들의 알을 먹거나 죽이는 일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삽살개는 사냥 능력이 뛰어난 개도 아닌데 어떻게 날아다니는 황로 같은 새를 잡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바닷새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센 바닷바람에 날려 바위에 부딪혀 죽는 새들이 많다고 한다. 한 생태 연구가가 제공한 영상자료도 삽살개가 물고 옮긴 새가 직접 죽인 새인지, 이미 죽은 새를 물어 온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
조류학자인 원병오 교수의 ‘천연기념물’이라는 책에는 ‘서도 서쪽 암벽에 괭이갈매기들의 집단 서식처가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따라서 괭이갈매기의 알이 서도에는 많으나 경비대가 주둔하는 동도에는 눈에 띄지 않는 이유를 삽살개들이 먹은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생태계 파괴의 첫 번째 원인 제공자는 항상 사람이며, 두 번째는 야생 천적이다. 그렇지만 개는 사람에게 종속돼 언제라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될만한 동물이 아니다. 정말 삽살개가 괭이갈매기를 죽였다면 경비대 막사 주위에 개를 묶어두기만 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큰 개 일곱 마리가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경북도경의 주장대로 네 마리 정도만 남겨둬 독도 지킴이라는 상징성을 살리면서 개와 함께 지내기를 원하는 경비대원들의 바람도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홍(사단법인 한국삽살개보존회 부회장, 경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