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치마’는 상해 임시정부의 숨은 일꾼이었던 수당 정정화(1900∼1991년)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다.”
정정화 여사는 생전에 자신의 독립운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백범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의 운명과 함께 고락을 나눈 이 여장부에게 ‘한국의 잔다르크’라는 찬사를 보냈다. 고인은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8월의 독립운동가이다.
‘치마’는 고인이 쓴 ‘장강일기’를 토대로 98년 ‘아 정정화’란 제목으로 초연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원로 극작가 노경식 선생님이 각색을 맡았다.
이 작품은 고인이 중국으로 건너가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시작하면서 겪어온 이야기를 다뤘다. 그녀는 6차례나 압록강을 건너며 독립자금을 마련했고 악명높은 친일 경찰 김태식(최효상)에게 쫓긴다. 해방이후 김태식이 정부의 요인으로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나 작품은 커다란 반전을 맞는다.
타이틀롤인 정정화역을 맡게 된 나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내 연기가 극적으로 과장되면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의 생애를 다룰 경우 지나치게 계몽적으로 흐르기 쉽다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독립운동가 정정화 뿐 아니라 한 남성의 아내이자 며느리로 살아온 여성의 숨결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연극 ‘조선제왕신위’와 뮤지컬 ‘렌트’를 만든 젊은 연출가 윤우영은 회전무대를 이용한 웅장한 무대와 감각적인 터치,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결합시켰다.
내가 출연한 작품이지만 재미와 의미를 함께 지닌 작품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원영애(연극 '치마' 주연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