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회사원 A씨는 공원에서 낮잠을 자다 휴대전화 소리에 잠이 깼다.
그의 휴대전화은 손목에 찬 팔찌. 5년 전만 해도 손목시계형 휴대전화가 인기였지만 지금은 구닥다리다. 휴대전화를 받자 그의 눈앞에 3차원으로 된 친구의 홀로그램 영상이 나타났다.
전화를 끝낸 A씨는 친구들과 가까운 음식점에 들렀다. 주인이 갖다준 생수병에 팔찌를 대자 ‘환경호르몬 없음’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식사를 마칠 때쯤 좀 과할 정도로 먹었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팔찌에서 신호음이 들렸다.
“체중이 너무 늘었습니다. 혈압도 높아졌네요. 조심하세요.”
현재 PC보다 100배나 빠르고, TV·휴대전화·PDA·디지털카메라 등이 하나로 결합한 ‘만능 개인정보기기’가 2015∼2020년 등장할 전망이다. 이 장비는 병을 진단하고 환경 오염까지 측정하는 등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기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대 황철성 교수 등 국내 나노과학 전문가 40여명은 29일 열린 제3회 미래기술포럼에서 개인정보기기의 발달과정을 전망한 ‘미래기술지도’를 공개했다. 이 행사는 기초기술연구회(이사장 채원복)가 주최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박호군)이 주관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기기가 나노, 바이오, 센서 기술과 결합해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10억분의 1m 크기의 물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나노기술이 앞으로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등장할 ‘마이크로 PDA’는 손목시계 만큼 작고, 성능은 10배나 좋아진다. 호주머니에 넣자니 무겁고, 노트북 대신 쓰자니 성능이 떨어지는 지금의 PDA와는 딴판이다. 또 PDA에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 게임기, TV 등 웬만한 전자제품은 결합된다.
특히 마이크로 PDA는 말로 작동할 수 있다. 지금처럼 조그만 화면이 아니라 영사기처럼 종이에 정보를 비춰볼 수 있어 PC화면처럼 넓게 이용할 수도 있다.
2015년경 등장하는 ‘만능 개인정보기기’는 바이오와 환경센서 기술이 결합된다.
우선 성능이 지금의 PDA보다 100배 이상 좋아진다. CPU속도만 해도 슈퍼컴퓨터 수준인 100㎓ 정도다. 외국인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통역까지 해주며, 크기는 팔찌처럼 줄어든다.
만능 정보기기에는 바이오칩이 들어 있어 혈압, 혈당, 심전도 등 우리 몸에 관한 정보를 바로바로 측정한다. ‘칩 위의 실험실’로 불리는 바이오칩이 우리 몸 속에 있는 이상 물질을 통해 미리 병을 진단하고, 위험할 때에는 응급조치용 약물을 자동으로 주사한다. 정보기기가 주치의가 되는 셈이다.
또 이 장치 안에는 오존, 유해가스, 환경호르몬 등 각종 오염 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환경 센서까지 들어 있다. 공기가 나쁜 곳에 가면 자동으로 경고하고, 횟집에 갈 때는 생선이 얼마나 신선한지 판단해 준다.
미래기술지도 작성을 주도한 KIST 이준극 박사는 “만능 개인정보기기는 가상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결과이기 때문에 성사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