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덕여대 국문과 82학번) 시절, 둘은 매주 프랑스문화원에서 영화를 보며 ‘개똥 철학’을 논했다. 가끔은 미팅도 같이 나갔다. 이제 이들은 제작자와 감독으로 다시 만나 함께 영화를 만든다.
주인공은 ‘명필름’ 대표 심재명씨(38)와, ‘조용한 가족’ ‘반칙왕’의 프로듀서로 활약했던 이미연씨(38). 이씨의 감독 데뷔작인 ‘버스, 정류장’이 함께 만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김태우와 아역 출신 김민정이 주연으로 나서는 이 영화는 30대 초반의 남자와 10대 후반 소녀 사이의 ‘소통’을 그릴 예정. 작품이 결정됐을 때 심씨는 친구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이 영화가 단촐하지만 ‘폭발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나요.”(이미연)
심씨는 ‘반칙왕’ 등에서 이씨와 같이 일한 적이 있지만 감독으로서 이씨와는 첫 만남. 흥행 감각이 뛰어난 심재명이 단지 친구라는 이유로 감독을 맡겼을 리 없다.
“대학 때도 그랬는데, 미연이는 프로듀서로서 강력한 리더십과 뛰어난 감각을 보여줬어요. 현장 능력이 검증된 후에 감독을 하는 건 당연하죠.”(심재명)
대학 졸업 직후부터 영화판에 뛰어들었던 심씨와 달리, 이씨는 졸업 후 연극을 하다 프랑스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영화계에서 히트 작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심재명에 대해 이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동물적 감각이라는 표현이 맞죠. 대학 연극반에서 제가 연출할 때 재명이가 기획 홍보를 맡았는데 말 그대로 ‘기상천외’였어요.”(이미연)
한번은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올리는데 심재명은 엉뚱하게 모딜리아니 작품에서 나올 법한 여인네를 그린 포스터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연극은 대박이었다고.
이 영화 제작발표회는 27일 명필름 신사옥 입주식과 함께 열렸다. 심씨는 이 날 친구에게 “새 집에서 발표회를 해서 그런지 4년전 첫 히트작 ‘접속’을 만들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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