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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불황 뚫고 인기 모으는 실내악 공연

입력 | 2001-08-31 15:24:00


끝이 없는 불황, 빈익빈 부익부. 요즘 클래식 음악 공연계의 분위기는 대강 이 두 마디로 요약된다. IMF는 졸업했다는데 유독 공연 쪽만은 IMF의 찬바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한나, 사라 장, 조수미 등 몇몇 유명 연주자들의 내한 공연에는 반짝 하지만 해외 연주자들과 국내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의 공연 매표율은 저조하기 그지없다.

‘7인의 남자들’ 공연이 돋보이는 이유는 이러한 불황의 와중에서도 꾸준히 높은 인기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7인의 남자들’은 제목 그대로 일곱 명의 남성 연주자가 출연하는 실내악 무대다. 1997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다. 첫해에는 정명훈 한동일 김영욱 강동석 조영창 양성원 최은식이 출연했다. 그 후 해가 바뀌면서 연주자들은 조금씩 바뀌었다. 김남두나 고성현 같은 성악가들이 출연한 해도 있었고, ‘남자들’ 공연에 여성 연주자인 백혜선과 알리사 박이 출연하기도 했다. 정명훈과 조영창은 다섯 해 모두 빠지지 않은 개근 멤버들이다.

실내악은 클래식 공연 중에서 가장 대중성이 적은 장르다. 웬만큼 지명도 높은 실내악단이 내한해도 청중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그런데 유독 ‘7인의 남자들’은 계속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98년의 공연은 그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여기에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지휘자로 변신한 이래 피아니스트로는 활동을 접은 정명훈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희귀한 공연이기도 하거니와 제각기 독주자로 일가를 이룬 연주자들의 화음을 듣는 것도 즐겁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청중뿐 아니라 무대에 선 연주자들이 이 공연을 즐긴다는 데 있다.

‘7인의 남자들’의 탄생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광복 50주년을 맞아 ‘세계를 빛낸 한국 음악인 대향연’이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때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한국 출신의 연주자들은 ‘한 해에 한 번이라도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이 결의는 2년 후 첫번째 ‘7인의 남자들’로 성사되었다. 공교롭게도 IMF의 시작과 맞물렸지만 해마다 청중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올해 ‘7인의 남자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해 한국과 일본의 연주자들로 꾸며졌다. 정명훈 조영창 양성원 최은식이 출연하고,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다이신 카지모토와 피아니스트 요시히로 콘도가 이들과 함께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2번과 피아노 4중주 2번 등을 연주한다. 애당초 출연을 약속한 강동석이 건강상의 문제로 출연을 취소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공연은 오는 9월11일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각각 열린다(문의: CMI 02-657-5694).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