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성표현과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영화가 탄생한 19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계속돼온 문제다. 미국에서 흑백무성영화가 막 나왔을 때다. 한 영화에 중년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를 두고 종교 사회단체가 ‘인간을 타락시킨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경찰서장은 자체적인 검열활동을 벌였고 뉴욕시장은 아예 모든 극장의 상영을 불허했다.
▷20세기 초 할리우드에서는 성표현에 관한 윤리규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여배우가 기혼일 경우 아랫입술로 키스해서는 안 된다, 키스할 때 남자배우는 여배우의 허리나 둔부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키스시간은 15초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여성의 굴곡을 드러내는 옷을 입지 못하도록 한 때도 있었다. 포르노에 가까울 정도로 성표현이 대담해진 지금의 수준에서 보면 웃음이 나오는 얘기다. 이후 규제의 잣대는 점점 더 약해져 지금은 예술과 외설의 경계선을 긋기도 어렵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여러 영화를 놓고 외설논란이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여고생의 성행위가 담긴 ‘거짓말’의 상영 여부를 놓고 영화계가 온통 시끄러웠다. 결국 일부를 삭제하는 조건으로 상영이 허가됐다.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영화 ‘둘 하나 섹스’ 제작사의 신청을 받아들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상영등급분류 보류’제도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것은 이보다 더 진전된 것이다. ‘사전검열’ 없이 모든 영화를 무제한으로 상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한다는 헌법정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헌재결정에 대해 청소년 시민단체는 과도한 음란 폭력물을 차단할 길이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청소년을 보호할 대안은 없을까. 지금으로서 가장 설득력 있는 방안은 ‘등급외 전용관’ 설치다. 일정한 선을 넘은 영화는 ‘등급외’로 분류해 여기에서 상영케 하고 청소년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다. 영화인들의 양식도 중요하다. 예술성은 전혀 없는 포르노 같은 작품을 만들어 놓고 무작정 표현의 자유만을 외쳐서는 안 된다. 관객을 무시하는 영화는 성공하지 못한다.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