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동안 입으로만 숨쉬다시피 했죠”
무사히 축농증 수술을 마친 정인회씨(45·자영업·충남 공주시)는 퇴원을 앞두고 별관 2층 병실에서 시원한 공기를 코로 마음껏 들이 마셨다.
“정말 오랫 동안 고생했는데 수술은 고작 30분만에 끝나다니….”
정씨는 코막힘으로 17년 동안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술전엔 코에 항상 무언가 꽉 차 있어 킁킁거리며 침을 뱉는 것이 습관화돼 있었다. 머리도 아팠고 항상 피곤했다. 특히 아침 저녁이 심했고 계절이 바뀔 때면 감기로 고생했다.
13년전 정씨는 지방의 한 병원에서 코수술을 받았다. 당시엔 입안을 째서 하는 수술이었다. 수술 후 아파 고생했고 두달이 안돼 재발했다.
이후 정씨는 증상이 심하면 동네병원을 드나들면서 약으로 그때 그때 치료했다. 용하다는 한의사에게 침을 맞기도 했다.
우연히 거울을 보다가 오른쪽 눈이 튀어 나온 것을 확인하고 수술을 받기로 마음 먹었다. 더구나 큰 형님이 코 때문에 고생했고 최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탓에 불안한 마음으로 대전의 한 병원에서 컴퓨터단층 촬영(CT)을 했다. 오른쪽 코에 농이 찼다는 소릴 듣고 서울에 있는 더 큰 병원으로 왔다.
여기선 코속에 종양이 있다고 했다. 놀란 정씨는 지난 달 초 삼성서울병원에서 MRI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결과 만성축농증 과정에 생긴 ‘점액낭종’으로 밝혀졌다. 8월말 1시간 동안의 내시경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
“전에 수술할 땐 1주일 넘게 입원했는데 이번엔 사흘만에 퇴원해요. 수술도 간단했어요. 더구나 부분마취라서 안심하고 수술하는 것을 지켜 봤죠.”
likeday@donga.com
▼주치의 한마디 "감기가 원인…식염수로 코 세척을"▼
축농증(부비동염)은 코에 생기는 게 아니다. 광대뼈 안쪽에 공기로 차 있는 공간(부비동)에서 콧물을 만들어 내보내는 데 바로 이곳에 생긴다. 이 공간에 염증이 생겨 점막이 부어 콧물이 나가지 못하고 누런 콧물이 고여 있는 상태가 바로 축농증이다. 보통 3개월 이내에 생긴 것이면 ‘급성축농증’,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축농증’이라고 한다.
감기로 인한 것이 가장 흔하고 코뼈가 휘거나 코속이 붓어 생기기도 한다. 또 심한 기온 변화, 건조, 대기오염도 원인이다.
치료는 부비동이 공기가 잘 통하도록 하고 고여 있는 콧물이 잘 빠져나오게 하는 것. 먼저 항생제 등 약물로 치료하는 게 원칙이며 알르레기 비염인 경우는 알르레기 치료도 병행한다. 만성으로 약물치료가 되지 않을 땐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 전 CT를 찍어 자세히 살펴봐야 하는데 이 환자의 경우는 재발한데다 오른쪽 부비동의 콧물이 제대로 배출이 안돼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쪽 눈을 누르고 있었다. MRI로 물혹의 일종인 ‘점액낭종’임을 진단하고 내시경수술로 제거했다. 이 환자가 13년전에 한 수술은 윗 입술을 들고 입안을 째고 들어가 염증을 치료한 것이다. 요즈음에는 대부분 내시경으로 수술한다.
수술 후엔 코안에 심지를 넣어 지혈시키며 이틀 뒤 심지를 빼면 퇴원한다. 퇴원 후엔 3달동안 1∼2주에 1번씩 외래 치료를 받는다.
감기에 걸리면 부비동염 증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으나 대개 약물로 회복된다. 집에서 식염수로 코속을 세척하면 예방에 좋다. 식염수는 약국에서 사면 되지만 집에서 끓인 물 1ℓ에 굵은 소금 9g 정도 섞어 만들어도 된다. 죽염이나 홍화씨를 이용한 세척은 되려 코점막을 손상시킨다.
동헌종(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