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당5역회의
DJP 공조가 파기된다면 정국의 큰 흐름과는 직접 관계는 없더라도 당장 몇 가지 실무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있다.
▽공조 파기로 볼 것인가〓자민련 내에는 ‘표결과 공조는 별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주당의 태도는 단호하다. ‘공조의 가장 중요한 형식은 국회에서의 표결’이라며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시 공조 파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태도엔 물론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자민련측에 조금이라도 더 부담감을 안겨주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조 파기 불가피론’이 대세다. 가결되든 부결되든 표결까지 간 이상 양당의 감정을 다시 추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자민련 이적의원 복귀〓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이적한 의원들의 복귀가 공조 파기로 가는 첫번째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적의원 중 한 사람인 배기선(裵基善)의원은 1일 자민련 의원총회에서 “나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돕기 위해 자민련에 왔다”며 “그런데 자민련이 한나라당과 손잡고 공동 보조를 취하는데 내가 어떻게 여기 있을 수 있느냐”며 탈당 및 민주당 복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송석찬(宋錫贊) 의원도 “민주당 출신 4인은 표결에서 해임안이 가결되면 탈당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자민련은 8개월여만에 다시 비교섭단체가 된다.
▽자민련 소속 총리 및 장관들의 거취〓DJP간 완전 결별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현재 청와대의 기류는 ‘공조가 깨졌다고 곧바로 자민련 출신 장관들을 교체하지는 않는다’는 쪽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공조 파기’의 책임을 미루기 위해 서로 교체 결정과 철수 결정을 미루면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자민련 총재이면서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이한동(李漢東) 총리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한-자동맹’〓자민련으로서는 이적의원들의 민주당 복귀에 따른 교섭단체 와해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나라당 쪽에서 교섭단체 기준을 15석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데 대해 자민련 의원들은 “DJP공조 흔들기 차원의 얘기겠지만 한나라당이 국회법 개정에 종전보다는 적극적인 것만은 사실”이라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면적인 ‘한-자 동맹’은 시기적으로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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