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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할리우드 두 별 베니스 밝히다

입력 | 2001-09-02 19:02:00


◇주연작 매진사례…인터뷰서 인기 과시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단연 돋보이는 ‘별’은 헬렌 헌트(38), 니콜 키드먼(34) 두 여배우다. 이번 영화제 출품작 가운데 이들이 각각 주인공을 맡은 ‘옥전갈의 저주’(The Curse of the Jade Scorpion)와 ‘타인들’(The Others)’ 두 영화는 현지에서 일찌감치 예매가 끝나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이번 영화제 참석차 베네치아를 찾은 두 배우가 지난 주말 잇따라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헬렌 헌트〓헬렌 헌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옥전갈의 저주’는 ‘재주꾼’ 우디 앨런이 감독 각본, 주연을 맡은 작품. 이 영화의 기자회견장에 헌트는 참석했으나 우디 앨런은 참석하지 않았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연기 조련사’로 유명한 골드 헌트 감독의 딸인 헌트는 “이 영화 출연이 결정된 뒤 아버지의 조언으로 캐서린 햅번과 스펜서 트레이시가 나오는 비디오를 수없이 봤다”고 말했다.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앨런 감독 특유의 빠른 대사가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헌트는 오히려 “나도 원래 말이 빨라 감독들로부터 지적을 많이 받는데 이번에는 모처럼 평소 속도로 말할 수 있어 편했다”며 빠른 속도로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옥전갈의 저주’는 헌트의 주종목인 로맨틱 코미디에 약간의 미스터리를 섞어 놓은 작품. 1940년대 뉴욕이 배경이다.

보험 회사에서 조사관으로 일하는 우디 앨런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터프하고 괄괄한 성격의 유능한 헬렌 헌트와 늘 티격태격하는 사이. 어느날 마법사를 만나 최면 상태에서 빠진 그는 최면 효과로 인해 헌트에 대한 악감정이 사라지고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줄거리.

1998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잭 니콜슨의 상대역을 맡아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했던 헌트는 ‘왓 위민 원트’에 이어 이 영화에서 또다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우디 앨런은 처음부터 헬렌 헌트를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 키드먼〓키드먼이 배꼽을 드러낸 베이지색 투피스 차림으로 영화 ‘타인들’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300석 규모의 기자회견장에는 500여명이 넘는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스페인 출신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과 조연인 피요눌라 플래내건, 아역 배우들, 기획자 등이 참석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대부분 키드먼에게 집중됐다.

그는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데 대해 “평소 함께 일하고 싶었던 아메나바르 감독이 편지와 함께 시나리오를 보내왔는데 내용이 아주 독특하고 흥미로워 출연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타인들’은 2차 대전 직후 영국의 어느 음습한 대저택에 사는 ‘이상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2차 대전에서 남편을 잃고 두 아이를 키우며 사는 영국 여성을 그린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개봉돼 흥행에 성공했다.

“평소 스릴러를 좋아한다”는 키드먼은 “출신 국가가 다른 세계적인 감독들과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덴마크 감독인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을 촬영하고 있는데 다음에는 체홉이나 입센의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 기자가 ‘베니스에 올 때 의상 때문에 트렁크를 22개나 갖고 왔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키드먼은 “사실이 아니다. 내 동료들의 것도 포함된 것”이라며 웃어 넘겼다.

또 다른 기자가 “러시아어를 잘 한다고 들었는데 실제 잘하는지 러시아어로 답해 달라”고 묻자 러시아어로 ‘녜트’(영어로 ‘노(NO)’)라며 재치 있게 받아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타인들’의 제작자이자 3주전 법적 이혼절차를 끝낸 전 남편이자 배우인 톰 크루즈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영화 ‘물랭 루즈’에서 빼어난 노래 솜씨를 선보였던 키드먼은 최근 영국 가수 로비 윌리엄스와 함께 듀엣곡 ‘바보 같은 것’(Something Stupid)을 녹음하기도 했다.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