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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반짝이 작가' 노상균 갤러리 현대서 개인전 열어

입력 | 2001-09-02 19:09:00


시퀸(일명 반짝이·의상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물고기 비늘 같은 소재)을 재료로 환상적이고 신비한 작품을 선보여 온 설치미술가 노상균(43).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길이 3m가 넘는 와불(臥佛·누워있는 불상)을 출품해 동양적 명상의 세계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거대한 예수상을 대중앞에 내놓는다.

노씨는 7∼21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제11회 개인전에 ‘쌍둥이 예수’란 제목의 예수상 2개(높이 2m70cm)를 설치한다.

그 중 하나는 우유 빛의 반짝이는 시퀸 옷을 입어 성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나, 다른 하나는 살색 시퀸을 걸쳐 인간적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나란히 서 있는 두 예수는 똑같이 두 팔을 벌리고 ‘다 내게로 오라’고 말하는 듯 하다.

양이나 소에 이어 인간 복제까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오늘날 상황에서 노씨의 이 같은 ‘예수 복제’는 다소 충격적이다. 방향을 잃은 인간의 오만한 도전은 결국 신의 영역마저 훼손하고 왜곡시킬 것이라는 암울한 미래 전망을 담고 있다.

노씨는 “인간과 현대 과학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과연 옳은 것인지 회의하고 반성하도록 하기 위해 현실을 다소 과장해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 주제도 ‘방향’으로 정해졌다.

노씨는 폴리에스터로 예수 상을 만든 뒤 그 위에 시퀸을 붙이는 방식으로 5개월에 걸쳐 이 작품을 완성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화려하고 가벼운 시퀸이라는 소재를 택하고 있어 관람객에게는 어렵지 않게 느껴질 듯하다.

노씨는 이번 전시회에 형형색색의 캔디빛 부처 머리도 출품한다. 종교적 명상이나 해탈의 세계에 달짝지근한 맛을 코팅함으로써 엄숙함을 꼬집는 것.

출품작 가운데, 비슷한 크기로 잘린 원들이 전시장 벽면들을 뒤덮은 ‘부분들’은 화려하면서도 허무한 축제분위기를 자아낸다. 60∼70년대 대중음악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불법 복제음판(일명 빽판) 위에 시퀸을 입혀 만든 작품 ‘레코딩(recording)’도 선을 보인다. 총 60여 점 출품. 02-734-6111∼3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