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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중구청 여성청경 6년째 김단순-지기숙-나민경씨

입력 | 2001-09-02 19:09:00

서울 중구청의 '아줌마 청원경찰 3총사'지기숙, 나민경, 김단순씨(왼쪽부터)


“아줌마 같지 않다고요? 남들도 다 그러더라고요.”

“호호호, 우리 너무 ‘공주병’ 같다….”

6년째 서울 중구청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김단순(29), 지기숙(28), 나민경(27)씨.

95년 10월, 서울시내 구청 가운데 최초로 여성청원경찰제도를 도입한 중구청에 들어온 이후 ‘여성 청경 3인방’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던 이들의 6년간의 생활은 어땠을까.

“처음 청경 유니폼을 입었을 때 제 나이가 21살이었어요. 우락부락한 남자청경대신 앳된 얼굴의 여자 청경이 서 있으니 구청 직원들이나 민원인들의 관심이 지대했지요.”

이들 중 막내로 지난 해 10월에 결혼한 ‘새댁’ 나민경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지기숙씨와 김단순씨는 입사 직후 같은 구청에서 근무하던 ‘노총각’들의 끈질긴 구애를 받고 각각 96년과 지난 해 결혼에 골인했다.

이들의 입사 이후 딱딱한 관공서의 이미지가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것이 구청 안팎의 평가.

하지만 ‘젊은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공연히 화풀이를 하는 일부 민원인들 때문에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현재 이들은 구청 내 주차관리, 안내 및 치안유지 업무를 맡고 있다. 민원인들과 직접 부딪히다 보니 에피소드도 한 보따리였다.

“입사하자마자 주택 재개발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어요. 자기 동네를 재개발 지구로 지정해 달라며 날마다 구청을 찾는 시위대를 진정시키는 것이 주 업무였죠.”

시위대 가운데 갑자기 식칼을 들고와 ‘자해극’을 벌이려던 주부도 있어 이들의 마음을 철렁하게 했다.

“얼마전에 그 아주머니를 구청에서 다시 만났는데 서로 금방 알아봤죠. 아들이 곧 결혼한다면서 청첩장을 쥐어주시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최근 이들을 긴장시키는 것은 불법 주정차 단속 스티커를 들고 구청을 찾아오는 사람들. 구청 내 주차질서를 담당하고 있으니 스티커 발부도 했겠거니 오해하고 다가와 다짜고짜 육두문자를 늘어놓는 경우도 있어 난감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청원경찰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당시만해도 이 직업이 여성들에게 ‘미개척 분야’ 였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했지만 군인이 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는 지기숙씨의 사연은 좀 더 별났다.

지씨가 군인의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는 ‘평발’ 때문이었다. 면접, 필기 시험을 거뜬히 합격하고 3차 신체검사를 치르는데 본인도 몰랐던 ‘평발’ 판정이 난 것.

‘나름대로 보람찬 일을 하게 됐으니 만족한다’는 지씨를 비롯, ‘아줌마 청경 3인방’은 “쌓이는 연륜만큼 보다 친절한 청경이 되겠다”며 두 손을 불끈 쥐어보였다.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