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반년간 문예지 ‘하버드 리뷰(Harvard Review)’가 내년 5월 발행되는 2002년 봄호(통권20호)를 ‘한국문학 특집’으로 꾸민다. 미국 문단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 잡지가 한국 문학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특집은 한국의 현대 소설과 시, 그리고 한국 현대문학을 소개하는 평론으로 나뉘며 최근 선정 작업을 끝냈다.
구체적으로는 △소설에 김원일 ‘마음의 감옥’, 이문열 ‘익명의 섬’, 오정희 ‘옛 우물’, 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 그리고 북한작가 남대현의 ‘상봉’ 등 5편 △시에는 고은 황지우 강은교 김혜순 장정 등 5명의 대표작 각 5∼6편 △평론은 데이비드 맥캔(하버드대) 황종연(동국대) 패트릭 마뤼스(성균관대) 교수의 한국문학 소개와 해설 등이다.
이번 특집의 기획 및 작품 선정은 데이비드 맥캔 교수(57·하버드대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가 주도했다. 최근 문학동네 등 한국 주요 문학출판사들을 방문하고 돌아간 맥캔 교수는 “한국 현대문학이 어떤지 미국 문단에 알려진 적이 거의 없어 한국의 역사적 배경과 한국문학의 작품성을 동시에 알 수 있는 작품을 위주로 골랐다”고 밝혔다.
맥캔 교수에 따르면, ‘하버드 리뷰’가 특정 국가의 문학 특집을 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전체 250쪽 분량 중 거의 대부분인 230여쪽을 할애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하버드 리뷰’는 미국 제일의 시(詩) 비평가로 꼽히는 헬렌 젠들러 등 쟁쟁한 평론가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순수문학 잡지. 문학출판사들의 편집장들이 주요 독자라는 점에서 영향력이 크다. 여기 실린 작품이 이들의 관심을 얻을 경우에 단행본 출판과 직결되기도 한다.
맥캔 교수 역시 이 점을 강조했다. 미국 문단에서는 외국 작가의 경우 ‘하버드 리뷰’ 같은 문예지를 통해 소개된 뒤 주요 출판사들에서 단행본을 내는 것이 ‘정도(正道)’라는 것이다. 외국 작가들이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먼저 단행본을 번역 출간할 경우 평단이나 언론의 주목을 끌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맥캔 교수는 60년대 평화봉사단원으로 경북 안동에 파견되어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김소월의 시에 매료된 그는 귀국후 한국문학을 전공, 76년 하버드대에서 ‘한국의 시가운율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서정주 김지하 등 많은 문학작품을 영역하는 등 한국 문학을 미국에 알리는데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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