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TV '포켓몬'과 선두 다툼
국내 업체 시네픽스가 만든 3D(3차원) 로봇 애니메이션 ‘큐빅스’가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20분 짜리 26편으로 구성된 TV 애니메이션인 ‘큐빅스’는 국산 애니메이션으론 처음으로 8월11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반 미국내 공중파 방송인 키즈워너브러더스(Kids WB)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평균 시청률도 일본의 대표적 애니메이션인 ‘포켓몬’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순수 국산기술로 제작된 ‘큐빅스’가 세계적으로 수십조원을 벌어들인 ‘포켓몬’에 버금가는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활약상
미국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의 황금시간대는 ‘큐빅스’가 방영되는 토요일 오전 10시반. 토요일에 학교수업이 없기 때문이다. ‘큐빅스’는 현재 4%대의 시청률로 ‘포켓몬’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큐빅스’가 미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는 증거는 ‘포켓몬’과 비교할 때 여기 저기서 드러난다.
우선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가장 유망한 성장기업’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포키즈 엔터테인먼트가 ‘큐빅스’의 미국 배급을 맡고 있다. ‘포켓몬’의 배급권도 갖고 있는 포키즈는 ‘큐빅스’를 ‘포켓몬’ 후속 인기작으로 꼽고 TV 방영 전 100만장의 홍보용 비디오를 어린이들에게 뿌리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특 A급 애니메이션이라도 10만 달러를 넘지 않지만 키즈워너는 ‘큐빅스’를 편 당 12만 달러의 고가에 매입했다.
‘큐빅스’가 마이너리그 격인 케이블TV 채널을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 격인 공중파 방송으로 첫 방영을 하게 된 것도 화젯거리다. ‘포켓몬’은 미국 방영 초기 케이블 TV 채널을 거쳐야 했으며 공중파 방영 초기에는 오전 6시반이라는 최악의 시간대에 배정되기도 했다.
또 대작 영화가 아닌 TV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패스트푸드 업체인 버거킹에서 8월 29일부터 5주 동안 큐빅스 장난감을 나눠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이밖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제작업체인 3DO와의 게임 개발, 트렌드 마스터사와의 완구 제작 등 25개 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에피소드
‘큐빅스’ 제작이 일정보다 늦어지자 올초 키즈워너 방송국의 고위 관계자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큐빅스’ 관계자들과 만나 질책성 회의를 시작하려고 했다. ‘큐빅스’ 관계자들은 말 없이 그를 시사실로 데려가 제작이 거의 다 돼 있던 ‘큐빅스’ 1편을 틀어줬다. 시사를 마친 뒤 그는 단 한마디만 했다고 한다. “엑셀런트(Excellent·훌륭합니다).”
하나 더. 미국 TV 방영을 앞둔 8월초, 3DO의 본사 스티븐 폴러 부사장이 ‘큐빅스’ 관계자들을 만났다.
“우리 회장이 ‘큐빅스’ 1편을 보고 다음날 당장 게임 개발을 지시했다. 애니메이션 시청률 ‘TOP 5’에 들 작품이니 게임 100만장 판매는 문제없다”며….
#성공요인
올초 미국 어린이들을 상대로 가진 시사회에서 ‘큐빅스’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특히 ‘3D’라는 점이 크게 어필했다는 것. 현재 영화는 물론 TV 애니메이션도 2D에서 3D로 넘어가는 추세지만 3D의 막대한 제작비 때문에 TV 시리즈용으로는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큐빅스’의 총 제작비는 500만∼600만 달러로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 저렴한 액수.
시네픽스의 조신희 사장은 “값싸면서도 수준 높은 인력 덕분에 이 정도 비용으로도 스토리와 그림을 제대로 갖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포켓몬’ ‘디지몬’ 등 몬스터 계열 만화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올해부터 로봇물을 비롯한 과학 만화(Science fiction)가 서서히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이밖에 어느 만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큐빅스’의 독특한 캐릭터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줄거리
주인공 ‘하늘(미국명 코너)’과 중고 로봇 ‘큐빅스’의 모험 이야기. 로봇이 인간보다 많은 ‘버블도시’가 무대다. 한 외계인이 고향별에서 강력한 에너지원을 훔쳐 달아나다가 지구에 불시착한 뒤 이 에너지원을 ‘큐빅스’ 안에 숨긴다. 악당인 닥터K가 로봇 ‘스카벤저’를 만들어 이 에너지원을 빼앗으려고 한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