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한국군 병사는 입는 컴퓨터, 카멜레온식 위장복, 가상현실 방식의 통합헬멧, GPS수신기와 위성통신장비, 레이저탐지기, 공중폭발탄, 미니미사일로 무장하고 탱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파괴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국방과학연구소 김인우 박사는 최근 한국과학기술원 가상현실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군을 위한 입는 컴퓨터’ 세미나에서 미래 디지털 전장 환경에서 한국군 병사의 모습을 구상해 공개했다. 연구소는 팀을 만들어 지난해부터 디지틀 병사체계에 대한 조사활동을 벌여 왔다.
디지틀 병사체계의 핵심은 ‘입는 컴퓨터’와 ‘통합헬멧’이다. 병사가 착용한 컴퓨터는 수집한 정보를 지상통제소로 보내주고, 육해공군과 정보를 공유해 입체작전을 가능케 한다. 통합헬멧은 컴퓨터의 입출력장치이다. 통합헬멧은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GPS 수신기, 360도 관측 비디오 카메라, 야간투시장비, 헤드폰과 음성인식 마이크로 구성된다.
지휘통제소는 첩보위성 등으로 포착한 적군의 위치를 병사의 가상현실 디스플레이에 보여준다. 병사는 일종의 안경인 디스플레이를 통해 육안 관측도 하지만, 각종 정보를 가상현실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첩보위성이 잡은 공격목표물은 입체영상으로 재구성돼 실제 모습처럼 눈앞에 나타난다. 따라서 공격목표가어떻게 생겼는지 가보지 않고 미리 알 수 있다. 또한 병사는 모두 무선식별장치(RF)를 갖고 있어, 우군일 경우에는 디스플레이에 파란 불이 들어온다.
멧부착형 전시기는 개인 화기의 조준경 역할도 겸한다. 총구에 달린 카메라가 목표물을 디스플레이에 보여주는 것. 따라서 엄폐물 뒤에 숨어 총만 내밀고도 사격을 할 수 있다. 한편 지휘통제소는 병사의 헬멧에 붙은 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와 관성항법장치를 통해 모든 병사의 위치와 이동상황을 전자지도상에서 볼 수 있다.
병사의 전투복은 일종의 ‘카멜레온’. 숲에서는 초록색으로, 맨땅에서는 갈색으로 변한다. 전투복에는 생체센서가 있어, 지휘관이 병사의 피로도, 체온, 맥박 등을 모니터한다. 또한 나노기술을 활용한 화생방호기능, 방탄기능도 덧붙여지게 된다.
개인 무기는 주야조준경, 레이저 거리측정기, 레이저 표적지시기가 붙은 이중총열복합화기이다. 총열이 두 개여서, 하나는 소총, 하나는 20mm 공중폭발탄이다. 지향사격을 하는 M16 소총은 5만발 당 1명밖에 살상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레이저거리측정기가 붙은 공중폭발탄은 목표지점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적이 밀집한 상공에서 터져 큰 피해를 입힌다. 게다가 특수부대는 대전차, 지대공 미니미사일까지 휴대하게 된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병사가 휴대할 첨단장비의 무게를 22㎏ 정도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품의 경량화, 소형화, 저전력화를 위한 혁신적인 첨단기술 특히 나노기술과 미세전자기계시스팀(MEMS) 기술 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디지틀 병사체계는 5∼10년 뒤 특수부대부터 일부 채용할 것이지만, 앞으로 20 년 정도는 지나야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미래의 병사는 전장의 부속품이 아니라 전차체계처럼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전투 수단을 가진 하나의 무기체계가 될 것”이라며 “병사 개인이 전차, 항공기, 장갑차 등 타격수단과 모두 연동돼 지휘체계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