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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블랙박스]흥행성공 감독-배우들 서로 칭찬 릴레이

입력 | 2001-09-03 19:41:00


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그 영화를 같이 만든 감독과 배우들은 서로를 인정하고 좋아하게 된다. 때문에 그 감독의 차기 작품으로까지 인연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 콤비는 곽 감독의 다음 작품인 ‘챔피언’을 함께 하기로 일찌감치 합의하고 곧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불운의 복서 김득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이 영화에 유오성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예상했던 바이고, 만약 잘 생긴(?) 복서 역할이 있었다면 장동건마저 합류했을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친구’ 팀의 신뢰와 의리는 두텁다.

평소 장동건이 하도 곽 감독의 능력과 인간성을 칭찬하길래 곽 감독을 만나서 그 얘기를 전했더니 곽 감독은 “제가 동건씨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해준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라고 응수했다.

여섯살이나 어린 장동건에게 꼬박꼬박 씨(氏)자를 붙여가며 칭찬을 하는 곽 감독을 보면서 이 팀은 무슨 칭찬 릴레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역시 흥행 대박의 주인공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 감독이 만드는 신작 ‘복수는 나의 것’에도 ‘JSA’팀의 송강호와 신하균이 출연한다.

두 배우 모두 현재 상종가를 치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을 잡기 위한 영화사들간의 경쟁이 치열한데도 박 감독은 너무나도 쉽게 캐스팅을 끝내버려 다른 감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비트’ 이후 김성수 감독의 후속작인 ‘태양은 없다’와 ‘무사’에 연이어 출연한 정우성의 의리는 거의 집착에 가깝고, 이성재는 ‘미술관 옆 동물원’에 과감히 캐스팅해준 강우석 감독에 대한 의리로 지금까지 강 감독이 하라는 영화만 줄기차게 해 오더니 급기야는 강 감독이 직접 연출하는 ‘공공의 적’의 주연을 맡았다.

첫 영화 ‘바이 준’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김하늘은 흥행의 단맛을 보게 해준 ‘동감’을 연출한 김정권 감독의 차기작 출연을 위해 대기중이고 ‘단적비연수’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제현 감독과 배우 이미숙은 함께 영화사 창립을 준비 중이다.

‘주유소 습격사건’에 카메오로 출연했지만 편집에서 들어내는 바람에 아예 얼굴도 못 내밀었던 차승원은 그 감독의 다음 작품인 ‘신라의 달밤’으로 대박을 터트린 후 혹시라도 그 다음 작품을 다른 배우가 할까 걱정(?)되는지 아예 김상진 감독과 붙어 다닌다.

배우나 감독이나 작품 하나 하나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이기에 의리만으로 작품을 같이 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들의 제의를 본의 아니게 냉정하게 거절해야만 했던 스타 감독과 배우들이 서로를 선택했을 때에는 무엇보다도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는 신뢰감이 최우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 같이 있으면 그냥 좋은 ‘느낌’ 역시 이들에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들간의 칭찬 릴레이가 한없이 이어지는 한 한국 영화의 앞날은 밝지 않을까?

김영찬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