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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리뷰]'현재진행형(ing)'

입력 | 2001-09-04 16:58:00


1980년대와 2001년의 차이는 과연 뭘까? 강경옥의 (시공사 펴냄)을 보면 변한 것은 단지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 물질적인 것일 뿐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는 언제나 같은 것 같으면서도 또한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고등학생인 선영은 양부모 밑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배구를 좋아하고 그다지 활발하진 않지만 짝꿍인 자영이 있고 허물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남자친구 민수가 있다. 그런 그녀의 생활은 그녀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 의해 조금은 혼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들이 있다면 S대에 들어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기를 바라는 양아버지. 그런 바람을 들은 선영은 어차피 대학에 갈 수 없는 배구를 포기하고 자신의 성적으로는 쉽지않은 S대를 갈 것을 선언한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아버지는 더 엄격하게 변하고 선영은 그러한 상황이 점점 힘들게만 느껴진다.

힘든 상황에 놓일 수록 사람이란 누군가 위안이 될 사람을 찾게 되는 걸까? 선영은 우연히 미팅에서 만난 상규와 또한 우연히 그리고 필요에 의해 만나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기도 하고 무언가 바라기도 하며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간다.

이렇듯 강경옥의 은 타인이 만나 서로를 부딪치고 이해하고 닮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만화다. 그런 내용 때문일까. 그녀의 초기 그림 필체나 80년 말의 시대적인 배경이 많이 드러나는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더 깊이 와 닿는다.

또한 생활에서의 소중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들과 진행상황은 요즘의 현란한 만화와는 확실히 구분된다.

'좋아한다'는 말을 듣기 좋아하고, 상대방에게 우울한 목소리를 듣기보다 자신의 일을 이야기하고 싶고 또한 그러면서 걱정이 되고, 언제나 돌아가야 할 곳이 있고, 아무리 크게 느껴지는 일도 친구사이엔 '미안해' 한 마디로 모두 이해되는 상황들. 이중에 한가지라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사소한 일들이 소중히 느껴지듯이 강경옥의 은 다시 한번 읽어도 소중한 만화임에 틀림없다.

김경숙 vlff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