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의 시대의식을 서정성 짙은 가요에 담아낸 김민기의 가요곡이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돼 무대에 오른다. 가요 작곡가 단 한사람을 교향악단이 집중 조명하는 일은 국내에서는 처음있는 일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10월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월간 객석 주최로 열리는 ‘아주 특별한 만남-클래식 김민기’.
연주 악단은 ‘팝스 오케스트라’ 가 아니다. ‘말러 교향곡 시리즈’ ‘쇤베르크의 밤’ 등 학구적 레퍼토리로 인정받아온 임헌정 지휘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편곡작업은 드라마 ‘태조 왕건’ 타이틀뮤직 등을 담당한 김동성씨가 맡는다.
“김민기씨는 일생 올곧은 예술가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죠. 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노래를 사랑했고, 몇 곡은 저도 즐겨 부르고 있습니다. 그의 삶과 예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선뜻 콘서트 출연에 응낙했습니다.” 지휘자 임헌정씨의 말.
임씨는 “모차르트에서 말러에 이르는 고전음악 명곡들은 민중들의 꾸밈없는 멜로디를 담아내면서 높은 예술성을 지니게 됐다”며 이번 공연을 정통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이분법적 잣대로만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민기씨는 서울대 미대 69학번, 임헌정씨는 음대 70학번. “재학 중 만난 일은 없지만, 분명 그와 시대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그의 음악을 어떻게 느끼느냐구요? 글쎄요, 음악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죠. 여러분이 그의 멜로디를 잘 알고, 잘 느끼고 계시지 않습니까?”
무대에 올려질 작품은 월간객석과 부천필 측이 협의 중. 주제 또는 곡의 성향에 따라 3∼4개 무대로 구분해 연주할 계획이다. ‘가을편지’ ‘작은연못’ ‘상록수’ ‘봉우리’ ‘철망 앞에서’ 등 다섯 곡은 무대에 올리기로 합의를 보아 이미 편곡작업에 들어갔다. 관심을 끄는 ‘아침이슬’은 의외로 연주곡에 포함시킬지 아직 고려중이라고 부천필 관계자는 밝혔다. 김민기씨가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거나 나레이션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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