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의 한 회의실은 입시학원을 방불케하는 열기로 뜨거웠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지원사업의 활성화 방안 워크샵’. 주최측의 예상을 2배이상 초과한 400여명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멀티미디어형 강의 콘텐츠를 개발 중인 대학 교수들이었다.
학술진흥재단이 대학강의를 위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지원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첫 해 498개 과제가 접수돼 61개 과제가 선정됐고 올해는 405개 과제가 신청돼 79개 과제가 선정됐다. 과제당 최대 지원금액은 5000만원.
선정과제 목록을 보면 멀티미디어형 강의 콘텐츠개발이 동영상 자료를 많이 사용하는 영화 미술 의학 이공학부 교수만의 관심사가 아님이 드러난다. ‘동아시아 근현대사 강의’ ‘현대 중국 경제로의 초대’ ‘조선 후기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등 어학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강의교재들이 멀티미디어형으로 새롭게 고안되고 있다.
이같은 붐이 형성되는 이유는 학생들이 인터넷 세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첫째는 교육환경 급변에 따른 대응책. ‘프랑스 문화와 언어’(이화여대 김용숙 교수팀)의 개발자는 학부제 시행 이후 불어 전공자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어학을 바탕으로 지역전문가가 될 수 있는 강의를 고안했다.
불어권의 언어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지역전문가 육성 강의에는 프랑스 현지의 생생한 문화, 문장 표현, 발음에 대한 교육이 요구됐고, 이를 위해 하이퍼텍스트로 연결된 멀티미디어 데이터의 지원이 필수였다.
둘째는 교육의 질 제고. ‘산부인과 임상실습’(한양대 박문일 교수팀)의 개발자는 의대생들이 필기와 암기에 의존해 수술 현장을 익히는 문제점을 동영상과 음성파일로 편집된 수술 장면 등의 교육으로 보완하려 했다. “제왕절개 시술 방법만해도 크게 다섯가지다. 이 중 한 두 개 실습 경험이 고작인데 나머지는 동영상으로라도 익힐 수 있다면 교육의 질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대학들이 평생교육 시장을 겨냥하는 것도 큰 이유다. 워크샵에서 각급 학교, 도서관, 박물관, 연구기관 등이 전산망으로 연결되는 평생학습 네트워크의 구축 필요성을 제기한 이인숙 교수(세종대)는 “이미 미국의 경우 GNP의 6%가 평생 교육시장에서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재교육을 필요로 하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사이버 원격 대학교육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 기초자원은 무엇보다도 멀티미디어 콘텐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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