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 5명 중 1명 꼴로 자궁경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 ‘인간 파필로마 바이러스(HPV)’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경부암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서호석(徐浩錫) 교수는 “지난해 병원에서 정기 검진한 여성 689명의 자궁세포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19.4%인 134명이 ‘-16’형과 ‘-18형’ 등 고위험 HPV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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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4세 이하의 경우 15명 중 9명이 감염돼 감염률이 60%로 나타났으며 25∼34세는 126명 중 27명(21.4%)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감염 비율은 낮아졌으나 65세 이상의 경우 25명 중 7명(28%)으로 높게 나타났다.
서 교수는 “상대 남성의 지나친 외도 등 문란한 성생활이 감염의 주원인”이라면서 “24세 이하의 감염률이 특히 높은 것은 젊은 여성들의 성생활이 더 개방적이기 때문으로 보이고 65세 이상에서 다시 감염률이 높아진 것은 노화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0여 가지 HPV 가운데 16, 18형이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특히 높다.
국립보건원이 유흥접객업소 여종업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가 고위험 HPV에 감염된 것으로 최근 발표한 적은 있으나 일반 여성 대상 HPV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 교수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검사법인 ‘자궁경부 세포검사’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유일하게 공인한 HPV 검사법인 ‘하이브리드 캡처 Ⅱ 검사법’을 병행했다.
HPV는 대부분 인체 면역시스템에 의해 죽지만 감염자 중 3∼5%는 자궁경부암의 전(前)단계인 ‘자궁상피 이형증’으로 발전하며 이 중 상당수는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다.
자궁경부암은 국내 여성암 발병률 1위로 매년 1500∼2000명이 치료시기를 놓쳐 숨지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95% 정도는 HPV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