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인 미국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역사학)가 전주대(총장 박성수) 초청으로 내한해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특별강연을 가졌다. 전 세계 20개 국어로 번역된, 모두 20권의 저서를 갖고 있는 그는 1987년에 발간해 화제를 뿌렸던 저서 ‘강대국의 흥망’에서 미국의 쇠락과 일본의 융성을 예측했으나 이번 강연에서 이 예측을 일단 접었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국의 국력을 평가한 이번 강연에서 “세계 유일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는 상당 기간 지속되겠지만 일본은 경제력에 비해 국력의 다른 측면인 국제적 리더십과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현재 국력은 인구 군사 경제 측면보다는 과학기술 측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며 “전 세계와 비교할 때 인구는 4%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은 29%, 군사력은 36%, 인터넷 활용자는 40%, 최근 25년간 노벨상 수상자는 61%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특히 ‘위협적인 국가와 접경하고 있지 않다’는 지정학적인 장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접경 국가는 캐나다 멕시코 등 우호적인 2개국뿐이지만 중국의 경우 러시아 인도 베트남 대만 티베트와 접경하고 있고 한국 일본과의 긴장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일본 러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지정학적인 불안 요인이 크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80년대와 달리 재정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다 주요 분쟁지에 대한 긍정적인 개입과 국제적 리더십이 부족하다”며 “이에 따라 인구나 경제력에서 일본보다 못한 영국에 비해 국제적 영향력이 적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그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과 관련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만약 구축된다면 중국 등 강대국들도 비슷한 대응체제를 구축하려고 하기 때문에 자칫 군비경쟁과 새로운 갈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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