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파기로 만들어진 ‘신(新) 여소야대’ 정국은 여야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한나라당(131석)과 자민련(16석) 의석이 국회 재적 과반수(135석)를 웃도는 만큼 양당이 손만 맞잡으면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은 ‘힘과 숫자’의 정치를 ‘대화와 설득’의 정치로 변화시킬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칫 여권이 국회에서의 ‘숫자의 벽’을 국민 직접 설득 방식으로 돌파하려 할 경우 ‘포퓰리즘(대중주의)적’인 정치행태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의 주요 예상 현안과 처리 전망
예상 현안
처리 전망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총리 교체시)
정치성 짙은 총리 지명시 부결 가능성
세제 개편안
감세폭 대폭 확대 가능성
국가보안법 등 개혁법안
보수세력 반대로 불투명
새해 예산안
선심성 사업 등 대폭 삭감 가능성
국정조사 등 특위 활동
위원장 선출 등 국조 활동 야당 주도
탄핵소추 및 해임 건의
문제 발생시 의결 가능해 정부 견제력 강화
16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내년 6월 국회의장단 선출시 야당 영향력 강화
▽과반 의석의 위력〓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공조할 경우 국회 17개 상임위(운영위 예결위 포함)에서 양당은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법안 처리는 물론, 1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누구든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를 수 있다.
국정조사를 위해 특위를 구성하면 위원장을 한나라당 의원이 맡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위 위원 수도 야당이 많을 수밖에 없어 특위 운영의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물러날 경우 후임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거부할 경우는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주요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나 해임건의 등이 언제든 가능해 ‘제2의 임동원(林東源)’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데다 내년 6월 16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때는 국회의장이 야당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구상〓이 같은 한계상황을 인식한 듯, 민주당 관계자들은 유독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4일 의원 워크숍에서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생각하고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속출한 것이 그 예.
일각에서는 “여소야대이지만 공동 여당보다 단일 여당이 더 편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동안 색깔이 확연히 다른 자민련과 당정협의를 하고 다시 국회에서 여야 협상을 하느라 정책 추진 속도도 늦고 내용이 왜곡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국회에서 한번에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어 오히려 수월해진 측면도 크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의 현안이 대부분 민생 관련 내용인 만큼 여야 협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희망적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고민〓당직자들은 민주당의 대화 정치 발언에 대부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당직자들이 ‘국민 직접 상대 정치’ 운운하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대화 제의보다는 ‘여론 몰이’식 압박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이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앞으로 외곽세력을 동원한 정치 행태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유연한 자세를 보여 국민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유승민(劉承旼) 여의도연구소장은 “영수회담 역제의 등 국정운영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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