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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과학생각]복제인간과 비행접시

입력 | 2001-09-05 16:20:00


며칠 전에 인간복제 전문회사 클로네이드의 설립자인 클로드 라엘(56)이 서울에 나타나 기자회견과 강연회를 갖고 최초의 복제인간이 앞으로 6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출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프랑스 출신의 카레이서였던 라엘은 1973년 종교집단인 라엘리안 무브먼트를 창설했다. 라엘리안은 85개국에 5만여명의 신도를 거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다른 행성에서 온 과학자들이 지구의 생명체를 복제했다고 믿기 때문에 인간복제를 통해 인류도 영원한 생명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수마저 외계인으로 보는 라엘리안 신도들은 미확인 비행물체(UFO)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 신비스러운 비행물체의 목격담이 서구 언론에 처음 대서특필된 시기는 1947년. 비행접시라는 용어는 이 때 생겼다. 비행접시로 인해 파생된 수수께끼 같은 현상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1947년 미국 로즈웰에서 비행접시가 사고로 지구에 추락해 미국 정부가 비밀리에 수리했으며 외계인의 사체가 해부됐다는 헛소문이 나돌았다. 비행접시와 관련돼 나타난 또 다른 현상은 외계인과의 접근 조우. 1952년부터 외계인과 접촉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외계인에 의해 유괴된 경험을 털어놓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비행접시 현상을 신봉하는 종교집단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약성서의 요한 계시록에 그려진 천년왕국의 도래를 날마다 고대하는 사람들은 비행접시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었다. 천년왕국이란 선과 악의 대결전(아마겟돈)이 벌어진 뒤 예수가 재림해 1000년 동안 통치하는 왕국을 뜻한다. 요컨대 천년왕국주의는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으며 풍요롭고 성스러운 새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종말론자들은 하느님이 보낸 비행접시를 타고 천국으로 들어가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말하자면 비행접시는 성경에 등장하는 하느님의 마차인 셈이다(시편 68장 17절).

비행접시를 믿는 종파가 종말론자라는 사실은 미국에서 발생한 몇몇 종교집단의 비극적인 말로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1978년 11월 가이아나의 고립된 농경사회인 존스타운에서 인민사원 추종자 900여명이 제임스 존스 목사의 명령에 따라 독약이 든 음료를 마시고 죽었다. 이 중에는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존스는 미국 서부에 인민사원을 세우고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에게 구원과 해방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군림했지만 결국 가이아나의 밀림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집단자살을 선택했다. 자살은 그들에게 하늘의 왕국으로 승천할 수 있는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1993년 4월 미국 연방정부군이 종교단체를 완전히 섬멸한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연방정부 수사관들이 텍사스주 웨이코에 있는 카멜산을 급습한 것이다. 카멜산은 나무집으로 이루어진 생활공동체이다. 천년왕국주의자들이 불법무기를 은닉했기 때문에 정부 군대가 51일 동안 포위한 끝에 카멜산을 공격했는데, 건물이 불타면서 순식간에 70여명의 신도가 죽었다. 이들 역시 천사들이 비행접시에 태워 하늘로 데려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웨이코 사건은 천년왕국주의 집단에 대한 미국 정부의 합법적 폭력 행사로 기록됐다.

1994년 9월 태양템플기사단의 회원 50여명이 스위스와 캐나다에서 일부는 자살하고 일부는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이들 또한 천년왕국주의자들이며 비행접시를 중요하게 여겼다. 1997년 3월 미국에서 비행접시가 자신들을 천국의 문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믿은 헤븐스 게이트 신도 39명이 함께 자살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외계인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라엘리안 무브먼트가 외계인을 맹신하는 종교집단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비행접시 컬트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라엘이 인간복제를 신청한 한국인은 8명이며 클로네이드의 인간복제 전문가인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44)가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인간복제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라엘리안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비행접시를 믿는 종교집단이 공략 대상으로 삼을 만큼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과학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