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나-힝기스
‘힝기스의 기술이냐, 윌리엄스의 파워냐.’
‘알프스의 소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는 세계 랭킹 1위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남자 못지않은 신체조건에 넘치는 힘을 위주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득세하는 최근 여자 테니스에서 힝기스는 ‘별종’으로 불린다.
키 1m70, 몸무게 59.1㎏의 운동선수로는 평범한 체구를 지녀 신장 1m88인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를 비롯해 1m80이 넘는 거구들이 즐비한 코트에서 가냘프게 보이기까지 한다.
비록 힘에서는 밀리지만 힝기스는 눈부신 테크닉과 풍부한 경험,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무려 203주 동안 세계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러나 99년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뒤 10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못해 파워 테니스의 위력에 뒷걸음치는 ‘무늬만 1위’가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5일 뉴욕 플러싱메도의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대회인 US오픈 여자단식 8강전. 톱시드의 힝기스는 세계 37위인 체코의 신예 다야 베다노바(18)를 단 42분만에 2-0(6-2, 6-0)으로 가볍게 누르고 준결승에 먼저 올랐다. 체코에서 태어나 스위스로 이민간 힝기스는 한때 자신의 훈련 파트너로 한수 지도했던 동향 후배 베다노바를 어린아이 손목 비틀 듯했다.
6년 연속 대회 4강에 안착한 힝기스는 힘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와 결승 문턱에서 맞붙는다.
고무 같은 탄력을 지닌 99년 챔피언 윌리엄스는 준준결승에서 97년 우승자인 데이븐포트를 2시간14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2-1(6-3, 6-7, 7-5)로 힘겹게 제쳤다.
힝기스는 정교한 스트로크가 주무기인 반면 윌리엄스는 최고 시속 190㎞에 육박하는 강력한 서브가 강점. 힝기스는 “힘든 승부가 예상되지만 자신감이 넘쳐 있고 컨디션도 최상이므로 승산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역시 “승리하기 위해 출전했으며 앞으로 두 번 더 이겨 꼭 우승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윌리엄스는 99년 이 대회 결승에서 힝기스와 만나 2-0으로 이겼었다.
‘코트의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남보다 더 크고, 세고, 빠른 윌리엄스는 여자 테니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으며 힝기스는 서브가 약점”이라고 전망했다.
남자단식 4회전에서는 1번 시드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이 강력한 서브에 힘입어 세계 40위 알베르트 코스타(스페인)를 3-0(6-4, 6-4, 7-6)으로 제치고 8강에 안착했다. 서브 에이스 18개를 낚으며 더블폴트는 단 한 개도 기록하지 않은 쿠에르텐은 7번 시드의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