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지방이 때아닌 늦여름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달 가까이 비다운 비가 오지않아 김장용 무 배추의 파종시기를 놓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심어놓은 밭작물이 말라가는가 하면 울릉도에선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호남 지역에는 장마가 끝나고 8월 중순 이후 비가 거의 오지 않아 10일까지는 마쳐야 할 김장용 무 배추의 파종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역병 피해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 든 고추 가격 인상과 맞물려 올 김장비용이 큰 폭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울릉도 급수제한〓충남 논산지역의 8월 중 강수량은 9㎜로 지난해 같은 기간(505㎜)의 1.7%에 그쳤고 전북 전주는 8월 평균 강수량이 80.5㎜로 지난해(449.7㎜)의 20%에도 못 미쳤다. 채소 주산지인 경남 진주도 137.1㎜로 지난해의 28%에 그쳤고 전남 해남도 83.5㎜로 지난해의 10%선에 불과하다.
8월 중 강수량이 22.5㎜로 지난해의 30%선에 그친 경북 울릉도는 8월 초부터 두 달째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울릉도에서 제한급수가 실시되기는 1965년 이 섬에 상수도가 개설된 이후 처음 있는 일.
을릉군은 관광객들의 물 소비가 많은 7∼8월에 비가 내리지 않자 지난달 31일 나리분지에서 기우제를 올리기도 했다.
▽때 놓친 파종시기〓계속되는 여름 가뭄으로 8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김장용 무와 배추의 파종 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이미 수확기에 접어든 콩 고구마 땅콩 등도 말라 죽어가고 있다.
올해 7000여㏊의 밭에 김장용 무 배추를 심어야 하는 전북 지역에서는 다음주까지 큰비가 오지 않으면 관개시설이 없는 4000여㏊는 씨앗이 발아되지 않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남원 진안 장수 고창 등 산간지역은 밭 흙의 유효수분이 30% 이하로 떨어져 각종 작물의 잎이 시들어 가는 위조(萎凋)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국 월동배추 재배면적의 78%를 차지하는 전남 해남지역도 다음주부터 하우스에서 키운 모종을 밭에 옮겨 심어야 하지만 8월부터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밭 부근에 스프링클러용 웅덩이를 파 놓았으나 그나마 대부분이 말라 지하수를 끌어올리거나 양수기를 이용해 저수지 물을 끌어 오는 등 때아닌 ‘물전쟁’을 치르고 있다.
▽송이버섯 피해〓예년 같으면 수확이 한창일 지리산 송이버섯도 가뭄으로 송이 종균이 고사하는 바람에 거의 자라지 못하고 있다.
10여년 째 지리산에서 송이버섯을 채취해온 김종량(金鍾亮·48·전북 남원시 주천면)씨는 “지난달 말부터 계속 산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단 한 송이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의 흉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인근 장수와 경남 함양지역도 비슷해 다음주까지 충분히 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송이 채취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다.
남원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관내에서 9000여㎏의 송이버섯을 채취해 7억여원의 소득을 올렸으나 올해는 생산량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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