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상쾌한 하루를 열어주는 것, 그게 바로 내가 할 일이지.”
대구 중구 남산동 경북여고 교정을 55년째 지키고 있는 신오학(申五學·87) 할아버지. 32세인 1946년부터 이 학교 수위로 근무한 그는 지금까지 학교 구석구석에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 온 정성을 기울여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원사’로 통할 정도다.
1970년 정년퇴직을 했지만 학교측의 배려로 ‘천직’인 수위직에 계속 몸담고 있다.
신 할아버지는 오전 5시면 어김없이 학교에 나온다. 학교 근처에 살고있는 그는 교직원과 학생들이 학교에 오기 전 2∼3시간 동안 기다란 고무호스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꽃과 나무에 물을 뿌려준다.
키 163㎝, 몸무게 50㎏의 작은 체구이지만 근력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혼자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을 도맡는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더 이상 학교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지.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학교의 꽃과 나무를 돌보고 싶어.”
신 할아버지가 교문을 지키고 가꾸는 동안 경북여고를 졸업하고 모교의 교장으로 부임한 졸업생만도 20명이 넘는다.
이선자(李宣子·60)교장은 “교정을 자기 정원처럼 아끼고 돌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학생시절부터 익히 봐 왔다”며 “할아버지가 앞으로도 오래오래 학교에 남아 꽃과 나무를 보살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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