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을 아십니까?
100년 묵은 산삼으로 깍두기를 담그고, 300년 된 고래는 샤워기로, 500년 된 호랑이와 700년 된 토끼를 함께 묶어서 신호등으로 쓰는 고장. 부황을 뜰 때는 300년 된 오징어의 빨판을 쓰고 자동차 선팅은 500년 된 오징어의 먹물을 사용한다. 그래서 요즘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옌볜은 ‘꿈의 고장’이다.
누가 옌볜을 이렇게 탈바꿈 시켰을까? 그 주인공은 KBS 2TV ‘개그콘서트’(일·밤 8·45) ‘봉숭아학당’에서 옌볜 출신 학생으로 나오는 개그맨 강성범(27).
그는 옌볜사투리에 엄청난 과장법을 담아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녹화장을 찾은 관객들은 그가 일어나 “우리 옌볜에서는 100년 묵은 XX는 xx축에도 못 낌다”는 대사를 읊기 시작하면 벌써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300년, 500년, 700년 묵은 xx에 대한 설명을 지나 “어릴 적이었슴다∼”로 절정에 다다르면 배꼽을 잡고 만다.
‘수다맨’으로 유명한 강성범이 ‘개그콘서트’에 출연하기 시작한 것은 올 4월경. 가슴에 ‘S’자 대신 입술을 그려 넣은 슈퍼맨 복장으로 등장해 ‘이구∼요’하는 만담식 어투를 사용하며 지하철노선, 한강다리 이름, FIFA랭킹 등을 줄줄이 외워대 인기를 얻었다.
그가 출연한 이후 ‘개그콘서트’는 시청률이 20%까지 상승했다. 이같은 인기 상승에는 그의 활약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
그는 96년 SBS 개그맨 공채 출신이다. 심현섭 김준호가 그의 동기들. 데뷔 당시에 그는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이주일 코미디쇼’에서 개그맨 김의환과 콤비를 이룬 ‘허튼소리’에서 장소팔 고춘자식의 속사포 만담으로 인기를 끌었다. 심현섭과 함께 연극무대 식 개그공연에 나서 현재 개그콘서트의 모체가 됐던 ‘파우와우’의 쌍돛대 역할을 한 것도 그였다.
그러다 98년 군에 입대했다가 올초 제대와 함께 화려하게 컴백한 것.
“수다맨은 ‘파우와우’시절 개발한 캐릭터였습니다. 치한을 수다로 퇴치한다는 설정이었는데 방송으로 옮기면서 뭔가 정보를 주는 쪽으로 변화를 시도했죠.”
중앙대 연극영화과 4학년에 휴학 중인 그의 목표는 개그맨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토크쇼 진행자나 만능MC가 아니다.
“저는 개그맨이란 호칭보다는 코미디언이란 호칭을 더 좋아해요. 진솔한 연기로 웃음을 끌어내는 희극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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