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의 유임으로 당정개편의 큰 가닥 하나는 잡혔지만 반대로 정국은 더욱 미묘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총리 유임이 갖는 복잡한 정치적 의미 때문이다. 따라서 이 총리의 유임이 향후 DJP 관계나 여야관계에 미칠 영향도 단선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나서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글 싣는 순서▼
- ① 정국 어디로
- ② DJ-JP-이회창 3인의 대차대조표
- ③ 이한동 줄다리기
- ④JP 'DJ불신' 증폭
- ⑤당정개편 싸고 계파갈등 치달아
그러나 6일 저녁 일본에서 귀국한 JP는 예상과 달리 “내일 당무회의에서 의논하자”며 구체적 대응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할말은 많아 보였지만 언급을 자제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재 자민련의 격앙된 분위기로 볼 때 JP가 강경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우선은 가장 크다. 올해 초 ‘의원 꿔오기’에 반발한 강창희(姜昌熙) 의원을 출당(黜黨)시켰을 때도 JP는 일사천리로 진행된 당의 강경 조치를 그대로 추인했다.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JP는 이 총리의 총재직 사표 수리와 출당, 나아가 이 총리 해임건의안 찬성에 이르기까지 당에서 결정한 응징 조치를 그대로 묵인할 가능성이 있다. 자민련은 7일 긴급 당무회의를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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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가 이번 사태를 여권의 ‘자민련 고사전략’으로 인식할 경우엔 한나라당과의 원내 및 선거 공조로까지 확산시켜 정면대응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 JP가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안 정국에서 보여준 대여 강경 드라이브는 과거와는 다른 ‘우익투사 JP’로서의 이미지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JP는 실제로 이번 해임안 정국에서 보여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해임안이 가결되자마자 김 대통령이 직접 이적의원 4명에게 ‘당장 탈당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JP는 알고 있고, 간간이 DJ에 대한 노골적인 이념적 불신마저 JP가 표출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총리에 대한 출당 조치와 같은 극약처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JP는 항상 언젠가를 대비하며 타협의 가능성을 남겨두는 ‘여백의 묘수’를 즐겨온 정치인이라는 점에서다.
이번 해임안 정국에서도 JP는 “공조를 깬다, 안깬다 내 입으로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자신은 한발 빠져 있었다. 이는 공조파기의 책임을 여권에 돌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른 관계복원을 대비한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해 4·13 총선 때도 그랬다. 당시 ‘야당 선언’이니, ‘공조포기 선언’이니 하는 것은 모두 이한동 총재의 몫이었고, JP는 “우리 당이 독자적으로 간다는 것이지 김종필이가 독자적으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물러서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박태준(朴泰俊) 총리의 공동정부 철수 여부에 대해서도 “본인 판단에 맡기겠다”며 박 총리의 ‘당적 유지’를 방관했었다.
이번에도 JP가 일정 기간 냉각기를 가지면서 “당에 남아서 역할을 하겠다”는 이 총리의 진의를 확인하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당 안팎의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JP의 ‘전력’ 때문이다. 또한 지금은 강경론이 압도하고 있지만, 자민련 내에도 DJP 공조 복원을 바라는 온건론자들이 없지 않다.
향후 한나라당의 태도에 따라서도 JP의 대응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자민련과의 관계에 관한 한 한나라당 내에도 양론이 존재하는 만큼 JP는 한나라당의 내부 움직임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임에 틀림없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