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국 각 지역의 학계 법조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지식인 2800여명이 발표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전국 지역지식인 선언문’은 현재와 같은 서울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 나라의 장래가 위험하다는 절실함을 담고 있다. 지방으로 권한과 세원(稅源), 그리고 인재를 분산시켜야 지나친 수도권 집중으로 빚어지고 있는 현재의 각종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이 운동이 어떻게 진행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어디 한곳으로만 집중하기 보다 적절히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을 한 겹 벗겨보면 ‘진퇴양난’의 문제들이 적지 않다.
서울과 서울 이외의 지방으로 이분하는 구도가 적절한지, 누가 어떤 기반에서 이 운동을 이끌 것인지, 지역 토호세력의 뿌리를 더욱 굳히게 하는 것은 아닌지, 지역간 불균형 문제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지방분권을 둘러싼 세부적 사항을 따지고 들어가면 이처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힌다. 지방분권운동 과정에서 지역간 위화감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분권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지방분권의 필요성에 다들 공감하지만 분권운동이 진정 우리사회의 새로운 발전모델로서 주민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는 솔직히 걱정”이라며 “분권운동이 서울에 대한 지방의 반감(反感) 수준에 머물러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교수는 “서울에 대한 지방민의 불만은 분권운동의 동력일 수 있지만 생산적 비전을 내놓지 못하면 아무런 성과 없이 추상적 하소연쯤으로 시들어버릴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
지방분권 문제를 연구해온 한 학자는 “결국 지방의 주민들이 자신의 문제를 얼마나 절실하게 인식하느냐에 운동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이건 지방이건 자기의 실력을 쌓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인 셈이다.
이권효sapi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