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샘프러스가 라이벌 안드레 아가시를 맞아 체중을 실은 강력한 서브를 날리고 있다.[AP]
땅거미가 밀려올 때 시작한 경기는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막을 내렸다.
2만3003명 만원 관중은 승자와 패자에게 똑같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20년 가까이라이벌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은 후회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친 뒤 우정어린 악수를 나눴다.
6일 뉴욕 플러싱메도의 국립테니스센터 아더애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테니스대회인 US오픈 남자단식 준준결승. 남자 테니스의 ‘양대 산맥’인 피트 샘프러스(30)와 안드레 아가시(31·이상 미국)가 맞붙었다.
샘프러스는 이 대회에서 4차례 우승한 것을 포함해 메이저 최다승인 13승을 올렸고 아가시 역시 US오픈 우승트로피를 2차례 안으며 메이저 7승을 거뒀고 통산 그랜드슬램의 위업도 달성했다. 둘이 합쳐 메이저 20승을 뽑아낸 이들은 US오픈에서도 2차례 결승에서 맞붙었으나 최근 부진에 빠져 있는 샘프러스의 시드가 10번까지 떨어지면서 이번에는 4강 문턱에서 만났다.
이날 샘프러스와 아가시는 단 한차례도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당하지 않으며 매 세트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3시간30분의 사투를 펼쳤다. ‘둘의 실력차이는 라켓 줄 크기보다도 더 작았다’는 AP통신의 표현대로 그들은 경기 내내 숨막히는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경기는 경기이고 희비는 결국 엇갈리기 마련. 서브와 스트로크에서 앞선 샘프러스가 고비에서 실수를 쏟아낸 아가시에게 3-1(6-7, 7-6, 7-6, 7-6)로 역전승, 준결승에 진출했다. 최근 아가시에게 당한 3연패에서 벗어나며 통산 상대 전적 18승14패의 우위를 지킨 샘프러스는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마라트 사핀(러시아)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10대 스타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앤디 로딕(미국)과 레이튼 휴위트(호주)는 8강에서 맞붙는다.
여자단식에서는 지난해 챔피언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와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윌리엄스는 준결승에서 킴 클리스터스(벨기에)를 2-0으로 눌러 동생 세레나와 함께 동반 4강에 합류했고 캐프리아티도 아멜리 모레스모(프랑스)를 2-0으로 완파했다. 캐프리아티는 올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정상에 올랐으며 윌리엄스는 윔블던에서 우승했다.
앞서 열린 3개 메이저대회에 우승을 나눠 가진 이들의 상대전적에서는 윌리엄스가 3차례 싸워 모두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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